● "64% 껑충" 과 "32% 늘어" 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64.6%나 껑충.” 5월 8일 오후 국내 최대 뉴스통신사가 타전한, 서울 어느 백화점 매출 신장 소식은 이랬습니다. 5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치 매출을 비교했더니, 어마어마했다는 겁니다. 물론, 금요일인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덕분에 그렇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이란 건 어느 시기끼리 비교했다는 걸까요. 해당 기사에선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경우의 수가 세 개나 됩니다. 날짜, 요일 그리고 8월 14일 금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작년 사흘 연휴까지 말입니다.
확인해보니, 64.6%나 뛰었다는 이 기사는 매출 비교 기준을 ‘날짜’로 잡았습니다. 지난해 5월 5일부터 7일을 올해 같은 날짜와 견주어본 겁니다. 달력을 봤습니다. 올해 5일부터 8일은 목요일부터 일요일. 그런데 지난해 날짜 기준으로 ‘같은 기간’은 요일로 치면 화, 수, 목, 금요일입니다. 5월 5일은 공휴일이지만, 그 다음 사흘은 평일이었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목, 금, 토’ 사흘치 매출이 지난해 ‘화, 수, 목’ 매출보다 뛰었다는 얘기를 깔고 있지만, 밝히지 않은 기사인 겁니다. 같은 기준으로, 전년 대비 다른 백화점 두 곳도 각각 41.5%와 31.5%씩 매출이 늘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 ‘요일 기준’으로 비교한 매출 신장률은 얼마나 될까요. 3대 백화점에 올해와 지난해 같은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비교한 수치를 요청했습니다. 결과는 날짜를 비교한 경우와 판이했습니다. 세 곳이 각각 32.5%와 14.5% 그리고 29.4%씩 더 늘어난 수준이었던 겁니다.
그럼 정부는 내수 활성화 효과가 어땠다고 추산했을까요. 이 자료는 오후 3시에 나왔습니다. 기획재정부의 효과 비교 기준은 기자의 우려와 달리, 신선하고 차분(?)했습니다.
기재부는 백화점 매출은 평균 16%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기간을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매출 비교 기준은 비교적 합리적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 초 징검다리 연휴와 올해 임시공휴일 나흘 연휴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비교 대상 시기는 2015년 5월 2일부터 5일 즉,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였습니다. 월요일이 평일이긴 했지만, 이 기간 도로 이용이나 주말 여부 등 소비 환경이 이번 연휴와 비교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세상엔 3대 거짓말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통계를 인용할 땐 의도가 깃들진 않았는지, 따져보라는 잠언으로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