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인은 역시 세계적인 저유가 추세입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재작년 3분기 배럴당 10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30달러대로 추락한 상태입니다. 기름값이 싸지고, 각종 석유화학 제품과 이와 연계된 산업군 제품들 가격까지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은 셈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메르스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비자들은 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걸 체감하지 못합니다. 소비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물가가 많이 올랐고 비싸서 살림살이가 빠듯하다고 호소합니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걸까요?
통계를 잘 따지고 보면 소비자들이 그렇게 체감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생필품과 관련된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2.1%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체 물가상승률이 0.7%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품목들의 물가는 상당히 많이 오른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사기관이 다르긴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팀이 조사한 바로도 지난해 체감 장바구니 물가 수준은 1년 전에 비해 12.2%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냉장고와 채소 가격을 들어보겠습니다. 냉장고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은 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는 몇년에 한번 사는 것인만큼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채소의 경우에는 거의 매주 사는 품목이다보니, 조금만 올라도 많이 오른 것처럼 체감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사 대상 품목과 조사 빈도의 차이가 괴리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버스와 택시비 등 대중교통비와 쓰레기봉투 값이 오르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모두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들이죠. 장바구니 물가 역시 새해에도 안정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이래저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올해 물가 역시 여전히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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