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룸] 북적북적 22 : 장강명 '댓글부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커뮤니티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들어가보고, 더러는 활동하기도 하는 일상적인 곳입니다. 글을 올려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때때로 어떤 목적에 따라 함께 행동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정모'라는 이름으로 서로 안면을 트고, 어떤 사람들은 깊은 인간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이런 커뮤니티들은 친구들이 모이는 학교의 교실이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서울역 광장이기도 하고, 불특정 다수와 잠시 함께 머무는 카페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불행히도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공간에서 '순수'를 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댓글부대>에서도 등장하듯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일련의 '세력'에게 인터넷 커뮤니티는 '작업장'에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커뮤니티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런 확연한 의도 앞에서 쉽게 무기력해 집니다.
그들의 댓글에 휘둘리고, 낚이고, 그들이 의도한대로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바깥 세상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요즘 '이불 밖'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자는 말이 있지만, 스마트폰을 열면 '이불 안'도 위험한 적의로 가득차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위안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며칠 전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은 로드뷰를 만들기 위해 촬영 기사가 360도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길을 걷습니다. 걸으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찍은 사진을 조합한 뒤 지도 위에 배열하는 것이죠. 그런데 외지인인 촬영 기사가 신기했던지 로드뷰 촬영을 하는 내내 강아지 한 마리가 쫄레쫄레 기사를 따라다닙니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발치에 와서 애교도 부립니다.
또 이런 건 어떨까요? 국민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 얘기입니다. 카카오톡 앱을 실행한 뒤 '친구찾기' 탭으로 들어갑니다. 맨 위 'ID, 플러스친구 검색 및 QR코드, 연락처 추가'를 터치하면 맨 아래 '연락처로 친구 추가' 메뉴가 나옵니다. 그렇게 열리는 페이지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해 친구를 추가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자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친구로 추가하려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