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 원을 돌파했다. 올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지난 해 동기 대비 9배나 늘었다. 주택 담보 대출자 70%가 지금 이자만 내고 있다. 그들은 원금상환을 독촉받으면 은행 바꿔가면서 '돌려막기'로 버틴다. 한때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행복한 상상도 했었다. 부동산 경기 살아나면 얼른 집 팔아서 빚갚아야지라고.
통상 가계부채의 위험 수위는 국내총생산의 75% 수준으로 본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73%로, 위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빚내서 집사"라며 지난 해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금리까지 인하했다. 경기 활성화란 명목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빚 권하는 사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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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어제(22일)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은, 지금까지 저금리와 규제 완화를 통해 가계부채를 늘려 소비를 촉진하려던 현 경제팀의 '항복선언'이라 할 수 있다. 1년 만에 가계부채 정책의 방향성이 뒤집어져 시장의 신뢰 또한 완전히 무너졌다. 가계부채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 빚내서 집 살 것'을 강권했던 정부가, 이제와서 자신없다며 빚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정부 믿고 돈 빌려 집 산 서민들만 골탕먹게 됐다.
어제 대책으로 추산해 보면, 기존에 2억 원을 대출받은 사람은 매월 50만원을 상환하면 됐는데, 앞으로는 월 111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빚 갚는데 드는 돈이 많으니 당연히 생활에 쓰는 돈은 줄고, 가처분 소득이 줄다보니 경기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내수경기 활성화는 기대 난망이다. 애당초 자신이 없으면 꺼내지 말았어야 할 카드였다. 경기 부양한다며 빚 권장하다, 놀란 빚에 이젠 경기마저 죽이려 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무능함을 알았는데, 이번에 그 무책임함도 새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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