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미끼로 20대 여성들을 농락해 거액을 뜯어낸 스타강사 출신 영어학원 대표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피해자들을 빚더미에 올라앉게 한 뒤 몰래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선 신혼여행 경비마저 피해자에게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모 유명 어학원 강사이자 본인 스스로도 영어학원을 운영 중인 임 모(29)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회사원 A(26·여)씨는 지난해 8월 12일 저녁 호기심에 설치한 모바일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임 씨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호감을 느낀 A씨는 주말인 16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임 씨를 만났고, 임 씨는 자신을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미국 명문대 출신 스타강사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진전됐습니다.
임 씨는 A씨를 만난 직후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고 프러포즈했고, 부모님 도움 없이 직접 결혼준비자금을 마련하자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양갓집 규수로 사회경험이 부족한 A씨를 속여 돈을 우려내려는 덫에 불과했습니다.
임씨는 자신은 미국 영주권자라 대출이 안 된다면서 A씨에게 대출중개업자를 소개해 준 뒤 같은 달 19일 4천700만 원을 신용대출 받아 자신에게 송금하게 하는 등 지난해 8월에만 1억 원 이상을 송금받았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A씨에게 각종 투자에 필요하다며 수십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고, 마이너스 대출과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까지 받도록 종용했습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0월 27일까지 임 씨에게 2억783만 원을 송금했고, 임 씨는 A씨가 더이상 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같은 달 30일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임 씨는 A씨를 만날 당시 영어학습 동호회에서 만난 다른 여성 B(31·여)씨와 한창 교제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 씨는 지난해 9월 20일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B씨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는 B씨와 스위스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A씨의 신용카드로 경비를 지불했다"면서 "A씨는 업무상 출장인 줄 알았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뒤늦게 속은 사실을 안 A씨는 우울증과 자살충동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A씨는 이자만 매달 44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 외에도 20대 여성 한 명이 5천100여만 원을 뜯기는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임 씨는 지난 13일 결국 구속됐습니다.
임 씨는 경찰에서 "2013년 7월에 영어학원을 열었지만 교육청 인가를 받지 못해 영업이 악화됐고, A씨에게서 돈을 받아 부채를 충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임 씨는 A씨로부터 받은 돈이 결혼준비자금이 아니라 단순 투자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 씨는 예전에도 결혼을 미끼로 여학생들로부터 돈을 뜯어 세 차례나 수감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는 결혼할 상대가 따로 있었고, A씨와는 애초 진지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면서 "임 씨는 받은 돈 전액을 B씨와의 결혼자금과 채무변제에 썼고 전혀 죄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