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분야의 인지과학을 공부하는 국내 연구자들이 실제로 이 문장이 어디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추적한 적이 있습니다. 앞에서 보신 우리말 번역문은 다음과 같은 영문을 번역하면서 그 요지를 살려 우리말 어구의 순서도 바꿔 놓은 것입니다. 한 번 보실까요.
그런데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 따르면, 케임브릿지 대학은 실제로 이런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일부 인터넷 이용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유행하게 된 이 글의 기원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진짜 케임브릿지 대학의 '인지 뇌과학 연구소' 연구원도 있었는데요, 이 연구원이 내린 추적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위의 문장은 1976년 영국 노팅엄 대학의 그레엄 롤린스라는 연구자가 쓴 '단어 인식에 있어서 글자 위치의 중요성'이라는 논문에 나오는 글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의 영문 페이지(클릭)에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갑자기 유행이 지난 글을 꺼낸 건, 이렇게 언어 인지의 문제, 즉 '과학'으로 그저 '신기하네' 하고 웃고 넘어갈 수 없는 '잘못된 말'들이 요즘 들어 부쩍 인터넷에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많은 학생들이 신문을 보면서 우리말을 배웠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국어 숙제로 신문 사설을 오려서 공책에 붙이고 다니면서 모르는 한자는 베껴쓰면서 외우고, 함께 띄어쓰기와 맞춤법도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게 불과 20년 전입니다. 시대가 많이 변해 이제는 인쇄 매체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글을 접하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인터넷 안에서만 통용되던 이른바 '넷 용어', 또는 '넷 은어'가 오히려 실제 말글 생활로 유입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굳이 학교에서 배운 '언어의 역사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말글 생활이 꼭 교과서에서처럼 한 점 티없이 깨끗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해를 돕거나 분위기를 전하는 등 특정한 목적을 갖고, 암시든 명시든 그 목적을 충분히 공유한 뒤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활자화되는 기사는 엄격한 언어 원칙에 의해 작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약속'에 하나 둘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결국 그 피해는 언어의 궁극적인 목적인 '소통'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