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나가고 한 두 시간이 지났을까. 항의 메일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캠핑 마니아 분들이었습니다. 지금 뉴스에 내 보낸 사람들은 캠핑족이 아니라 휴가철을 맞아 오는 향락객이다, 캠핑 문화도 모르는 수준 낮은 향락객의 문제 아니냐, 휴가철에 오는 향락객의 탈선은 마치 전체 캠핑족의 문제인 양 보도하지 말아 달라, 휴가철엔 어중이떠중이(?)가 다 몰려드는 데 비싼 장비 샀다고 어떻게 캠핑족의 진정한 문화를 어떻게 알 수 있겠냐, 이런 내용이었죠.
사실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지적하신대로 모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송 언어, 특히 방송 보도의 화법이란 게 워낙 정색하는 뉘앙스라, 일부 야영객의 추태를 전체의 문제인양 호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진정한 캠핑 문화를 고민하시는 캠핑족 분들에게 양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향락객’과 ‘캠핑족’을 구분해달라는 요구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캠핑 문화는 5~6년 전만 하더라도 마니아 문화였다가 최근 들어 대중문화에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니아문화 -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의 특정 마니아문화 - 가 대중문화에 녹아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마니아들의 저항(?)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예로 들어 볼까요. 클래식 음악은 유럽 귀족들의 마니아문화였습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조금씩 대중문화에 흡수되더니 ‘뉴에이지’나 ‘영화음악(OST)’과 같은 장르가 생겨납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결합된 장르인 셈이죠. 하지만 상당수 클래식 마니아들은 이런 현상을 내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클래식 커뮤니티 등을 가보면, 클래식 본연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뉴에이지나 OST를 클래식 문화로 포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캠핑 문화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의 캠핑 붐, 그 시작은 고가 장비 유행과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캠핑 붐이 한창 불고 나서 고가 장비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기보다, 고가 취향을 찾는 사람들이 한바탕 시장을 휩쓸고 나가고 캠핑 붐이 시작됐다는 거죠. 캠핑도 안 해본 사람이 고가 장비부터 산다는 우스갯소리, 한두 번쯤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여유 있는 계층의 마니아 문화인 줄 알았던 캠핑,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많이 퇴색됐습니다. 항의 메일을 하셨던 분 말대로, 이젠 ‘어중이떠중이’가 고가 장비를 사고 나더니 캠핑한답시고 그 문화에 편입되려 애를 씁니다. 자연히 문화적 우월감은 퇴색돼 버리고, 가치 손상이 걱정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나온 말이 ‘캠핑족’과 ‘향락객’을 구분지어 달라는 항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이런 구분 짓기, 이젠 아닌 것 같습니다. 고가 장비에서 시작되었든 어쨌든, 캠핑 인구는 3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굳이 향락객이란 용어로 배타적으로 구분해 밀어내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들을 올바른 캠핑 문화 안에 유입시킬 수 있을까, 캠핑 마니아라고 지칭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