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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세보증금 담보로도 은행 대출 가능해진다

[취재파일] 전세보증금 담보로도 은행 대출 가능해진다
전세금 담보 대출 제도, 앞으로 가능합니다.

갑자기 부동산 기자가 된 것 같습니다. 부동산 문제라고는 제 집 계약 말고는 접해본 적이 없지만, 법무부가 이번에 주택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부동산 문제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임대차 계약과 관련 법률 문제입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이 발표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의 핵심은 '전세보증금담보부 은행 대출 가능'입니다. 말이 어렵죠? 쉬운 말로 풀이하면 '집 주인에게 건넨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지금도 은행에 가면 전세자금 대출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그건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으로 지불할 돈을 은행에서 빌려준다는 뜻이고, 이번에 새로 도입될 제도는 이미 집주인에게 건넨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전세보증금이란 게 기본적으로 2년 뒤에는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게 돼 있는 '내 재산'인데,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은행에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우선변제권'이 문제였지요. 나오는 단어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선변제권이란 집 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아, 집을 경매로 처분한 뒤 돈을 받아야 하는 경우, 세입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낙찰금액 가운데 전세보증금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한 권리입니다. 쉽게 말해, 집 주인이 돈 안주고 도망가도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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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임대차보호법을 살펴보면 우선변제권은 '임차인' 그러니까 세입자에게만 보장하도록 돼 있습니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담보로 넘기고,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이 되면 은행은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세입자는 다른 모든 채권자에 앞서 전세보증금을 건질 수 있지만, 세입자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은 은행은 그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해 세입자에게 보장된 권리는 당연히 채권을 담보로 받은 은행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양수인(은행)에게는 우선변제권이 없다는 판례를 유지해왔습니다.

우선변제권에 대해 길게 설명드렸는데요. 그래서 법무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에 대해서만 보장하던 우선변제권을 채권양수인(은행)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이제 집주인이
돈 안주고 도망가도 세입자 뿐 아니라 보증금을 담보로 잡은 은행도 전세보증금을 건질수 있게 된 겁니다.

우선변제권 문제를 해결하면, 이제 은행은 마음 놓고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장영수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그 동안은 사실상 신용대출 형태로 6~7%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줬는데, 이렇게 우선변제권 문제를 해결하면 4.5%까지 대출 이자를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을 금융권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법무심의관실의 김향연 검사는 "이럴 경우 기존 세입자 뿐 아니라, 전세집 장만에 나선 신혼부부도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면서 그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담보로 맡길 수 있어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 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전세금이 유일한 재산인 서민이나, 전세금 마련 자체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모두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법무부는 앞으로 법률안을 다듬어 5월 중에 국회에 제출하고, 상반기 중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법무부가 개정안 추진 방침을 밝힌 날, 정부의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날이라 이 내용이 조금 묻힌 것 같아 취재파일을 써봤습니다. 전세금 말고 목돈이 꼭 필요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재테크 전문기자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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