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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IT 경쟁력 지수 '폭풍 추락'의 이면

진정한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어디에?

[취재파일] IT 경쟁력 지수 '폭풍 추락'의 이면

우리나라의 IT 경쟁력 지수(IT Industry Competitiveness Index)가 19위로 떨어졌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어제(28일) 각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연합(BSA)이 이코노미스트 인텔레전스 유닛(EIU)이라는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2011 전세계 IT 산업경쟁력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각국의 IT 관련 연구개발(R&D) 환경, IT 비즈니스 환경, 산업발전 지원도, 인프라 등의 세부 항목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60.8점을 기록해 뉴질랜드에 이어 19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2007년에는 3위였다는 사실입니다. 햇수로 5년 동안 무려 16계단이나 급속 추락한 겁니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IMF 구제금융 체제 조기졸업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신성장동력으로 손꼽히던 IT 산업이 언제 이렇게 됐나,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각 언론이 분석한 순위 추락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연구개발(R&D) 환경 부문 지표가 IT 특허 출원 숫자의 감소로 2009년 8위에서 12위로 하락한 것,  그리고 IT 인적자원 부문 지수가 2위(2009년)에서 4위(2011년)으로 떨어진 겁니다. 정부가 관련된 IT 산업 발전 지원 부문의 순위는 2009년에도 28위, 올해도 28위로 어차피 높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측면을 볼까요.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관련 전략은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야의 IT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전략이 과연 성공적이냐는 질문에 회의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종이문서를 없애고, 전자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기본 전략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략을 구현하는 실제 적용 단계에서 특정 운영체제를 편애하고, 보안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이런저런 소프트웨어적인 방어막을 만들어 시스템 전체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버린 부분을 특히 비판합니다. (굳이 전자정부가 아니더라도, 은행 거래 한 번 하기 위해 수없이 설치되고, 스스로 업데이트되는 액티브 X 기반의 보안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소름이 돋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충분치 않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개발인력이 밤잠 설쳐가며 만들어 특허를 내 유지하던 우리나라의 IT 산업 경쟁력이 이제는 그 '약발'을 다했고, 그나마 일부 공적 영역에서의 '절반의 성과'에 기대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라는 우울한 가설도 가능한 게 아닐까요.

그런 가운데, 오늘(29일) 주요 언론들은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反) 애플 연합전선'을 크게 다뤘습니다. 스마트 기기에서의 애플과 운영체제에서의 구글을 견제할 전략적 합종연횡이 성립됐다는 분석입니다만, 그 이면에는 '특허 분쟁'을 최소화하자는 양측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삼성은 싼 특허료를 MS에 내고, MS도 그 정도 선에서 분쟁을 접겠다는 거죠.)

애플, 구글이라는 거대 공룡에 맞서 싸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추격자'들끼리 힘을 빼는 일은 막자는 것일 텐데,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지는 'IT 전쟁'은 이미 현실이므로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거대 기업들의 전략을 탓할 마음은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번 삼성-MS의 '포괄적 파트너십' 체결의 산파로 다름 아닌 정부가 거론된 것입니다.

    



(사진제공: 청와대)

지난 23일 미국 시애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조찬 회동을 가졌습니다. 보도를 보면 이 자리는 '빌 앤 멜린다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효과적인 국제 원조를 위한 공동 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이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자리였습니다만, 이 회동 이후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가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관련 내용도 논의 테이블에 화제로 올랐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다소 거친 제 생각입니다만, 정부는 거대 기업들의 전략적 합종연횡을 '서포트'하는 것보다,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산업에 양분을 대고 보살펴, 경쟁력을 회복하도록 하는 일을 우선 순위에 올려야 합니다. 이미 국경을 뛰어넘은 거대 기업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해 가겠죠.

그러나 대기업의 울타리 밖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정책 하나, 규제 하나에 사업을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결정을 강요당할 수도 있는 수많은 IT 기업가와 개발자들을 다독이고 격려하고 소통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가 싹트고, 그 아이디어가 오래도록 먹고 살 수 있는 '기술'로 구체화되는 토양을 가꾸고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5년 만에 16계단으로 '폭풍 추락'한 우리의 IT 경쟁력 지수는, 출범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들고 나온 이 정부가 그동안 일을 어떻게 수행해 왔는지를 측정한, 냉정한 성적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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