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음달 26일 이혼청구권이 쟁점이 된 가사소송에 대해 공개변론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법원 판례는 혼인 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 즉 유책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이 같은 판례를 50년동안 유지하고 있습니다.
A씨는 배우자 B씨가 있지만, 1998년 다른 여성과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았습니다.
A씨는 집을 나와 15년간 다른 여성과 동거 중에 있고, B씨를 상대로 지난 2011년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1,2심은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840조에서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했거나, 악의로 상대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등 6가지 사유가 있을 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조항을 근거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쪽은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견지해왔습니다.
다만 결혼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명백히 없으면서도 악의적으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해왔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났을 땐 이혼을 인정해야 된다는 파탄주의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혼인 생활 파탄의 책임 여부를 따지 않고, 혼인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어느쪽이든 소송을 내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책주의를 택하면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 가정의 해체를 막을 수 있지만, 법원이 혼인관계를 지속하도록 강제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개변론에선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쟁점이 될 예정으로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