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꽃은 지지 않습니다.", "할머니도 소녀였다.", "흉터는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도 사과는 할 줄 안다."
지방선거일인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건너편 인도는 이러한 글귀가 적힌 피켓으로 가득 찼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개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천339차 수요집회가 이날도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집회에는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했고,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9) 할머니와 길원옥(90) 할머니가 함께했습니다.
특히 법정 공휴일이라 학교가 쉬는 만큼 앳된 얼굴을 한 청소년들이 참가자의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무대를 바라보며 바닥에 앉아 피켓을 흔들고 "일본은 직접 사과하고 배상하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서울 송파구 오주중학교에 다니는 정우영(15)·수영(14) 자매는 집회 시작에 앞서 도자기로 만든 소녀상을 할머니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소녀상 미니어처를 직접 빚어 만들었다는 수영양은 "우리가 할머니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우영양은 "2년 전 부모님과 수요집회에 처음 와본 이후로 자주 오고 싶었는데 수요일 낮에는 꼼짝없이 학교에 있어야 해서 한 번도 오지 못했다"며 "마침 오늘 학교가 쉬는 수요일이라 동생과 함께 왔다"고 말했습니다.
경북 문경 샨티학교에 재학 중인 김묘정(18) 양은 직접 만든 위안부 할머니 스티커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김 양이 만든 스티커에는 노란 나비와 노란 꽃, 그리고 소녀상 얼굴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는 '꽃 할머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혔습니다.
학교에서 위안부 할머니 기억하기 프로젝트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 양은 스티커 디자인부터 프린팅까지 두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스티커를 받은 학생들은 환하게 웃으며 김 양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서 자신의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정대협은 이날도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성명'을 낭독한 후 수요집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