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전년 대비 56% 증가할 만큼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엄마 없이 아빠가 아이와 외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하지만 이런 육아 아빠들을 위한 시설은 부족합니다.
연속 기획 '아이 낳고 싶은 대한민국' 노유진 기자입니다.
<기자>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권우현 씨. 딸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마다 용산역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수유실은 엄마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우현/남성 육아휴직자 : 남자가 (수유실을) 사용을 못 하게 하면 어디서 (기저귀 갈이 등을) 해야 되냐고 계속 인터폰에다가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 계속 남자는 안된다 라는 얘기만 들어서…]
여러 달 용산역에 민원을 제기한 끝에 육아 남성을 위한 수유실이 마련됐습니다. 시설이 잘 갖춰졌는지 찾아가 봤습니다.
[용산역 관계자 : (아이 (이유식) 좀 먹이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되나요?) 이리로 오세요. (여기요?) 네.]
직원이 안내한 곳으로 가봤더니 엉뚱하게도 고객지원실. 수유실에 꼭 필요한 기저귀 갈이 대도 없습니다.
기저귀 갈이 대와 세면시설이 잘 갖춰진 여성 수유실과는 대조적입니다.
[권우현/남성 육아휴직자 : 씻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구비가 되어 있지 않고 그냥 사무실 한 켠에서 해결을 하라고 얘기를 들으니까 솔직히 아빠 입장으로서 많이 불편하죠.]
그나마도 이렇게 아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곳은 나은 편입니다. 수서역에는 육아 남성을 위한 수유시설은 없습니다.
기저귀 갈이 대가 남자 화장실에 마련돼 있긴 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서 쓸 수 없습니다.
남성 공중 화장실에도 영유아용 기저귀 갈이 대를 한 개 이상 설치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지만, 지키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 (역 남자화장실 (전체)중에 하나만 설치하면 되는 건가요?) 그거는 아니고요. 화장실 별 하나죠.]
보건복지부가 아빠들의 육아 고민과 관련된 인터넷 게시글 2만 6천 건을 분석했더니 정보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이 35%, 아빠 육아 자를 위한 인프라 부족이 19%를 차지하는 만큼 남성 육아 자를 위한 시설 확충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아이 낳고 싶은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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