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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감 때문에 악수도 못 해요"

[취재파일] "독감 때문에 악수도 못 해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자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목소리에 힘이 없고 계속 콜록콜록거렸습니다. 고열까지 난다고 했습니다. 독감 우려가 있어서 일찍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회사에도 자신과 비슷한 증상으로 출근하지 못한 직원이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에선 올겨울 독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20일) 들어온 외신은 놀라웠습니다. 미국 아칸소주에 사는 8살 소년이 독감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에 따르면 8살 타일러군은 1주일 전 온몸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다음날에는 40도가 넘는 고열로 가족들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의료진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눈을 감았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살던 27살 캐서린도 병원에서 독감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간 지 이틀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독감의 합병증인 기관지 폐렴이었습니다.

● 독감 환자가 가장 많은 미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일주일에 1백 명씩 독감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CDC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12월 23일까지 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이 759명입니다. 1년 전 322명이 독감으로 숨진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독감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아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은 북새통입니다. 독감 환자가 이동을 하면서 독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습니다.
병원
독감 환자가 크게 늘면서 요즘 병원 응급실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응급실까지 환자들로 가득 차면서 일부 환자들은 의사도 만나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독감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캘리포니아 일부 병원에서는 독감 환자를 위한 별도의 시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독감 치료 지역]이라고 부르는 이 별도 시설은 병원 건물 밖에 있는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 일부 병원에서 운영했던 시설과 비슷합니다.
 
● 영국에서는 140명 이상 사망

영국도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149명이 독감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주에만 4500명이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잉글랜드에서만 120명이 사망했고 스코트랜드에서 21명, 북아일랜드에서 8명이 독감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웨일즈에서는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아, 사망자 수는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란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영국과 미국에 있는 일부 교회에서는 참석자들끼리 가능하면 손을 잡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독감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 일본도 심각

이웃 일본에서도 독감이 크게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1주 일간 전국 의료기관서 독감 검진을 받은 환자는 171만 명으로 추계됐습니다. 1주 일전 독감 검진자 124만 명보다 47만 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또, 전국 5천 개 지정의료기관으로부터 이 기간 보고된 독감 환자 수는 의료기관 평균 26.4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주의 16.31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독감 대유행 경보가 발령되는 30명에 임박한 수치입니다.
전문병원, 부족
올해 문제가 되고 있는 독감 유형은 H3N2라고 합니다.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은 20~30% 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미국 소년도 백신을 맞았지만 독감에 걸린 경우 입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맞으라는 의사들의 조언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접종을 하면 독감에 걸려도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보건 당국도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신속하게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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