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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흥행실적 보니…실화의 힘·범죄영화 쏠림

올해 한국영화 흥행실적 보니…실화의 힘·범죄영화 쏠림
올해 한국영화계는 빛과 어둠이 교차했습니다.

좋은 소식은, 우선 관객 1,220만 명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를 배출했다는 것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가 천만 명 이상을 동원한 것은 그간 '천만 영화'들과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입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 점에서 한 편의 영화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현재를 휴먼코미디라는 장르에 담아낸 <아이 캔 스피크>(326만 명)의 흥행도 같은 연장 선상에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재심>, 일본의 조선인 학살에 항거한 박열과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박열>(236만 명) 등에 대한 높은 호응 역시 '실화의 힘'을 보여줍니다.

다만, 패배의 역사를 담백하게 그린 <남한산성>, 역사적 비극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군함도>는 흥행 면에서 아쉬운 결과를 냈습니다.

전찬일 씨는 "영화 자체의 덕목보다는 관객들의 영화 보기 성향에 의해 희비가 엇갈렸다"고 평했습니다.

올해 영화계엔 그늘도 있었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범죄영화로의 쏠림현상은 올해도 두드러져 "흥행과 별개로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이 드물었다", "소재의 빈곤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영화계 내부 평가도 나왔습니다.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흥행순위 20위권 안에 든 한국영화를 분석한 결과, <범죄도시>, <청년경찰>, <더 킹>, <프리즌>, <살인자의 기억법>, <보안관>, <조작된 도시>, <마스터>, <꾼>, <브이아이피> 등 절반인 10편이 범죄영화였습니다.

스릴러나 코미디, 드라마, 액션 등 장르적 외피는 다양했지만, 모두 범죄를 소재로 했습니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범죄영화만큼 적합한 장르는 없다"면서 "외국의 유명 작품들도 범죄영화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장르로 쏠리는 것은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외연 확대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도 많습니다.

영화평론가 김이석 씨는 "올해는 흥행과 별개로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주제의식이 드러나지 않고 시각적, 표피적 즐거움을 추구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그늘은 외형적 성장도 정체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한국영화 관객 수는 9,524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0만 명 적은 수치입니다.

이달 중순부터 대작들이 개봉하지만,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수, 1억 1,655만 명을 넘으려면 이달 말까지 2,100만 명 이상이 관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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