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경북 경산 일대를 지배한 압독국 시대의 왕릉급 목관묘(나무널무덤)가 발견됐습니다.
이 무덤은 기원 전후에 한반도 남부에서 유행한 통나무 목관묘로, 규모나 부장 유물이 동시대 다른 무덤을 압도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덤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이 목관묘가 창원 다호리 1호 목관묘와 경주 조양동 38호 목관묘의 중간 단계 무덤으로, 경산 압량면 일대에 있었던 고대 소국인 압독국의 왕이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왕릉 여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성림문화재연구원은 경산하양택지개발예정지구 내 하양읍 도리리 115-5번지 일원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압독국 시대 왕릉급 무덤을 포함한 목관묘 2기를 발굴했다고 오늘(23일) 밝혔습니다.
왕릉급 무덤으로 지목된 6호 목관묘는 참나무로 제작됐습니다.
이 무덤은 동서 방향으로 놓였으며, 전체적으로는 ㅍ자 형태입니다.
통나무를 파서 시신을 안치하고, 길쭉한 나무 판재를 사방에 세웠습니다.
가로는 약 80㎝, 세로는 280㎝인 직사각형입니다.
목관 안에서는 피장자의 두개골과 치아, 팔뼈, 정강이뼈가 일부 확인됐습니다.
고대 목관묘에서 인골이 출토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덤 내외부에서는 청동거울, 청동검, 철검, 청동말, 팔찌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유물은 깃이 달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채입니다.
한 점은 시신의 얼굴 위에서 나왔고, 양손에 쥐어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두 점은 허리춤에서 발견됐습니다.
시신의 얼굴을 가린 부채는 창원 다호리, 성주 예산리, 김해 봉황동, 경산 압량면 등지의 목관묘에서 1∼2점이 나왔으나 한꺼번에 3점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시신의 어깨 위쪽에서는 지름이 10㎝에 이르는 청동거울이 출토됐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경주 조양동 38호분에서 나온 거울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팔뼈 아래에서는 깨뜨려 묻은 지름 17.5㎝의 소명경이 발견됐습니다.
또 무덤 바닥에서는 판상철부(판 모양 쇠도끼) 26점도 드러났는데, 추가 조사를 통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림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목관 아래에는 요갱(허리 부근 아래쪽을 판 구덩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통 요갱에는 귀중한 부장품을 넣기 때문에 목관을 들어내고 추가 조사를 하면 더 많은 유물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목관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목관과 유물 가운데 한쪽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보존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무덤들은 북쪽에 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금호강이 흐르는 곳에 입지했습니다.
낙동강의 지류인 금호강 인근에서는 다수의 목관묘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사진=문화재청,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