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과 비슷한 400ppm까지 올라갔던 시기는 지금부터 300만~5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마지막 지질시대인 선신세(鮮新世, 플라이오세, Pliocene) 중기의 일이다. 적어도 300만 년 만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300만 년 만에 최고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류의 1차 심리적 저지선인 400ppm을 넘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사실 지구 역사상 최근까지만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을 크게 밑돌았다(아래 그림 참조, 자료:WMO).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약 1만6천 년 전까지만 해도 200ppm을 밑돌았고 이후 1만 년이 넘는 상당히 긴 시간을 두고 아주 서서히 증가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60ppm을 넘어섰다.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750년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280ppm을 밑돌았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졌고 특히 1950년대부터 70년 동안에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농도가 높아졌다. 지난 70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는 마지막 빙하기 때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보다 100배나 빠르다고 연보는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WMO는 보고 있다. 2015~2016년 발생한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적도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적도 생태계나 해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예년보다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만 급증한 것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 농도도 현대 관측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이산화탄소보다는 짧지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지구온난화지수, GWP)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크다.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메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는 이산화탄소의 56배, 100년을 기준으로 할 때도 이산화탄소의 21배나 된다. 2016년 대기 중 메탄 온도는 1853ppb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7%나 급증했다. 현대 관측사상 신기록이다.
메탄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2O) 또한 급증했다. 아산화질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는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산화탄소의 280배, 100년을 기준으로 할 때는 이산화탄소의 310배나 된다. 2016년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는 328.9ppb로 산업화 이전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급증하면서 1990년 이후 지구를 뜨겁게 가열하는 총 복사 강제력(total radiative forcing)은 40%나 늘어났다. 특히 2015~2016년 2년 동안에 2.5%나 늘어났다고 연보는 밝히고 있다. 최근 들어 지구가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300만 년 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과 비슷한 400ppm까지 올라갔던 선신세(鮮新世) 중기의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2~3도 높았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은 지금보다 20~30m나 높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가 늘어날 경우 급격한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인류가 생각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2차 저지선은 450ppm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서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고 이로 인해 돌이키기 힘든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 각종 재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년 사이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3ppm이나 급증했다. 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같은 속도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면 앞으로 15년 정도면 2차 저지선인 450ppm에 도달한다. 지난 10년 동안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인 2.21ppm을 고려하더라도 앞으로 22년 정도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50ppm을 넘어선다. 단호하고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한 2차 저지선이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참고 자료>
* WMO, Greenhouse gas concentrations surge to new record(30 October 2017)
https://public.wmo.int/en/media/press-release/greenhouse-gas-concentrations-surge-new-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