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선서 직후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은 '노무현의 필사'인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5·9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튿날인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회의장에게 취임 선서를 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취임사'를 읽으며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취임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국정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그중 신년사나 광복절, 3·1절 등 특정 계기의 대통령 연설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대통령 메시지의 백미는 취임사입니다.
5년 임기 동안 단 한 차례밖에 없기도 하겠거니와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국정 방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당선인은 두 달이 넘는 인수위 동안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취임사를 준비하는 게 관례이지만, 이번 대선은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그 과정을 생략하고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윤 전 대변인에게 이를 전담시켰다는 후문입니다.
윤 전 대변인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과 함께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대통령의 첫 메시지를 맡겼다는 것 자체가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왕수석'·'왕실장'으로 통했고, 윤 전 대변인은 두 번의 대변인과 연설기획비서관·제1부속실장을 하면서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불렸습니다.
대통령 메시지 생산을 총괄하는 연설기획비서관이나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인 대변인은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업무수행이 가능한 자리입니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글로 옮길 거의 유일한 참모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도 참여정부 당시 윤 전 대변인 후임으로 연설기획비서관을 맡았었습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연을 맺은 윤 전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선후보 수락연설문을 직접 작성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회자하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문이 그때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번 취임사에서도 이 내용은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개혁과 국민통합'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로 강조했는데, 이 세 문장 속에 문 대통령이 말하려는 모든 게 녹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에 있다가 안희정 후보 캠프로 옮겨 총괄실장으로 경선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후 문 대통령이 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외곽에서 선대위 메시지 특보로 활약했습니다.
윤 전 대변인은 취임사 외에도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마지막 TV 연설문도 직접 썼습니다.
다른 TV 연설문은 선대위 메시지팀에서 작성하면 이를 감수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신임이 확인된 만큼 문 대통령이 그에게 역할을 맡길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각에서는 문화융성과 국가브랜드 창출 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화법을 분석한 '대통령의 말하기', 청와대 근무시절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오래된 생각'을 출간하는 등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