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층에서 하실 수도 있었는데, 왜 안하셨어요?", "기분 나빠서, 기분 나빠서요" 오늘(4일) 서울 시내 사전 투표소에서 한 장애인 유권자가 한 말입니다. 힘들게 투표하러 와서는 투표를 포기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 장애인은 기본권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낙담했을까요?
송인호 기자가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기자>
1급 지체장애인인 김석진 씨는 전통 휠체어를 타고 사전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투표소를 내려가려니 가파른 계단이 가로막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지하로는 운행이 안 되고, 장애인용 리프트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투표 사무원 : 안전상 전동휠체어는 안돼요. 무게를 견디지 못해요.]
김 씨는 결국 이곳에서 투표를 포기했습니다.
[김진석/1급 지체장애인 : (투표소에) 내려갈 수도 없고, 여기는 좀 심한 것 같아요. 기분 나빠요, 기분 나빠서 (투표 안 했어요.)]
딸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온 노모 역시, 투표소까지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사전투표 유권자 : 지난번에도 그렇더라고요, 찝찝하게. 엄마, 그러면 나 혼자 (투표)하고 올게.]
건물 입구에서 투표소까지 내려가 봤습니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자, 식당이 나옵니다.
식당을 가로지르니 계단이 또 나타나고, 한 층을 더 내려가 미로 같은 통로를 3번 돌아야 비로소 기표소에 도착합니다.
건물 1층엔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임시 기표소를 만들어놨지만, 신분증과 투표한 용지를 선관위 직원에게 맡겨야 합니다.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 : 이렇게 기표대 1층에다 놔두고 '그냥 도와주면 되지' 안이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해오다 보니까 오늘날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전투표소 3,500곳 가운데 18%가 넘는 641곳이, 이렇게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으면서도 계단만을 이용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이홍명, VJ : 김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