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린아이를 태우는 운전자가 뒷자리에 탄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하는 자동차용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이런 상태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띠를 제대로 맸을 때보다 크게 다칠 위험이 다섯 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안전띠 클립/집게, 놀이용 매트, 왜 인기몰이하나?
자동차를 타면 제일 먼저 들리는 소리, 벨트를 착용하라는 경고음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경고음이 듣기 싫어서 혹은 벨트를 매기 싫어서 안전띠 버클에 클립 같은 걸 대신 끼워 느슨하게 만드는 게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안전띠 버클에 이 클립을 꽂을 경우 차량은 벨트를 착용한 거로 인식해 경고음을 내지 않습니다. 안전띠를 느슨하게 만드는 고정 집계도 인기입니다. 어린아이를 태우는 운전자들은 차량용 놀이방 매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뒷좌석을 마루로 활용할 수 있게 해서 뒷자리에 탄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건데요.
이와 같은 차량용 액세서리들은 운전자와 차에 탄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편의’를 줄 순 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위험은 당연히 커집니다.
■ 안전띠 미착용에 익숙한 우리나라, 이유는 느슨한 법규?
우리나라에서 앞 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84.4%, 뒷좌석은 19.4%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또 유아용 카시트 착용률은 고속도로에서 45%, 일반도로에서 35%를 기록했는데, 이는 독일(96%)과 영국(9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 안전띠 느슨하면 에어백 효과 無, 중상↑ 치사율↑
SBS 취재진이 시속 56km로 달리는 승용차의 정면충돌 모습을 분석했습니다. 운전석 안전띠에 클립을 끼워 느슨해지게 했고, 조수석은 버클에도 클립을 끼워 경고음을 차단했습니다. 또 뒷좌석엔 3살 된 아이 모형을 놀이방 매트 위에 앉혔습니다. 충돌 순간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터졌지만, 조수석 앞 유리가 불룩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재완/ 자동차안전연구원 첨단안전연구처장]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매면 사고 시에 에어백이 터지더라도 에어백과 안전띠의 효능이 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교통사고 피해자 1천 명 중 안전띠를 착용한 사망자는 3.95명,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사망자는 14.6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안전띠 경고음을 차단하는 클립, 안전띠를 느슨하게 만드는 집게, 유아용 놀이 매트 등 자동차 액세서리 부품들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습니다. 자동차 관리법상 안전띠 클립이나 유아용 놀이 매트는 차량 구조변경에 속하지 않아 불법 제품이라고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도로에서 자동차 전 좌석의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됩니다. 이에 따라 안전띠나 유아용 카시트 미착용에 대한 단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가 사고 위험을 줄이는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홍지영, 황성아 / 디자인: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