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승마협회와 관련한 체육계 비리 보고서를 살펴본 후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한 후 인사조치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오늘(25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이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인사조치를 요구한 적이 있냐"는 국회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후)수첩을 들여다보더니 두 사람 이름을 정확하게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는 지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에게 부정확한 정보로 지시를 하는 것은 무리니 장관에게 맡겨달라고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이 다시 역정을 내며 인사조치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인사 조치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입니다.
두 사람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관련된 승마대회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원하는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해 좌천인사 등을 당하다 결국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는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도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 본관 앞에서 모 전 수석에게 이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면 대통령에게도 누가 될 수 밖에 없으니 둘만 알고 한 달 뒤 문체부 정기인사에서 자연스럽게 인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후 아프리카 짐바브웨로 출장을 갔는데 모 전 수석이 전화해서 대통령이 인사조치를 했냐는 확인을 했다고 전달해 굉장히 당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제가 없는 사이에 여러 일들이 벌어졌고 돌아온 후에 다시 모 전 수석과 상의해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에 대한 좌천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