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의 질문에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이런 최 씨의 답변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면 같은 날 탄핵심판에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은 최 씨의 답변과 대비됐습니다.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개별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같은 날' 열린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나온 '서로 다른 증언'.
오늘 '리포트+'에서는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상반됐던 이들의 발언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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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최 씨는 미르재단 운영과 관련해서도 "문화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청와대에서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최 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빌려 두 재단의 설립은 문화·스포츠 융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이며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도 재단 출연과 관련해 '공적인 사업', '기업의 선의의 도움'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날 증인 신문은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안 전 수석은 수첩의 내용이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지시사항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기업 총수들과 개별 면담한 뒤 구두로 기업마다 재단 출연금을 30억 원씩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월급까지 직접 지시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는데,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의 임원진 인사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번진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했다는 사실도 증언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참석했다고 언급했는데,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대책회의를 통한 말 맞추기 등의 '증거인멸'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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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삼성 합병은 지금 설명을 들어도 모를 것 같다. 삼성에 아는 사람도 없고, 정유라가 탈 말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강조하며, 자금출연 과정에서 대가성 여부 등을 부인했습니다.
롯데의 K스포츠재단 70억 원 추가 지원에 대한 의혹도 부인하며, 대통령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청탁의 대가로 KD코퍼레이션 사장의 부인으로부터 샤넬백 등을 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대가가 아니라 서로 친해서 명절 선물 차원에서 주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은 이번에도 최 씨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7월,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를 앞두고 준비한 '대통령 말씀 자료'에 '현 정부 임기 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 해결을 바란다'는 구절이 있었다고 시인한 겁니다.
이 자료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안 전 수석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개입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낸 70억 원을 반환한 과정에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안 전 수석은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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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메일과 인편으로 보낸 문서를 수정한 적은 있지만, 연설문의 감성적 표현들만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이 있다"는 해명과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최 씨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을 통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 씨는 "어떤 이권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며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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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 씨는 "검찰과 특검 수사가 너무 강압적이라서 사람이 거의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특검도 못 나가고 있다"며 특검과 검찰도 비난했습니다. 때로는 울먹이며 박근혜 대통령을 챙기는 발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안 전 수석은 지금까지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모든 의혹은 박 대통령의 지시였고, 자신은 그것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 전 수석은 최 씨에 비해 증인 신문에 협조적이었지만, 최 씨에 대해서는 수차례 모른다고 주장하며 본인의 핵심 혐의인 '최순실과의 공모 관계'는 전면 부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