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런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한국이 과두제 권력을 깨뜨릴 기회를 잡았다'는 부제를 붙인 이 신문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이는 삼성은 물론 한국 기업들이 수십 년간 정치·경제적 문제를 관리해온 방식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WSJ는 "과거에도 한국 기업들이 뇌물공여 혐의로 소추된 적이 있지만, 부패에 물든 정치문화는 그런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과거 스캔들 때는 대통령이 기업의 경영공백과 경제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재벌 총수들을 사면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차이점이 있다"고 썼습니다.
이번 특검 수사는 훨씬 더 공격적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때문에 유죄 심증이 굳어져 있다고 WSJ는 해석했습니다.
이 신문은 "대중의 분노로 인해 대행 정부가 수사에 관여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고 나면, 다음 대선 후보들도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을 사면하지 못하게 하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SJ는 "재벌에 대한 법적·정치적 압력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재벌을 길들일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최선인가. 한국은 재벌이 경쟁으로부터 보호 장치를 사는 교과서적인 케이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매체는 "더 나은 과정은 소수 주주들에게 더 강한 권리를 주는 지배구조 개혁이 될 수 있다. 특히 노동법 탈규제화도 중소기업들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아울러 2015년 이뤄진 삼성의 합병을 되돌려놓는 것은 부패가 통하지 않는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스캔들이 최고위까지 올라갔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의 정치-경제 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세련되고 부드러운 리더로 비춰져왔고, 한국의 정치집단과 기업 엘리트 간의 편안한 유착은 잘 구축돼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것입니다.
삼성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인 제프리 캐인은 "구속 자체를 넘어, 이는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역사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번 혐의로 인해 삼성이 봉건왕조처럼 운영된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선진적인 실리콘밸리 기업의 주주와 파트너들을 설득하기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샌퍼드 C.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은 "걱정해야 할 일은 바로 큰 결정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이 갤럭시노트7 사태가 몰고 온 재앙으로부터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데, 이 부회장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의 후계구도가 혼란에 빠졌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삼성의 후계구도는 안갯속에 빠져 한동안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