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일도 기억 못 한다', '증거는 있느냐', '너무 나가신 것 같다' '샤넬 백은 명절 선물로 받은 거다.' 헌법재판소 증언대에 오늘(16일) 처음으로 나온 최순실 씨의 답변들입니다. 그동안 검찰, 특검 조사와 법원 재판 때는 모르쇠나 부인으로 일관했는데, 오늘은 때론 공격적인 태도로 반문하거나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박하정 기자가 헌재에서의 최순실 씨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봤습니다.
<기자>
최순실 씨는 마스크를 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왔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 대상인 거 인정하십니까? 삼성 뇌물 관련 혐의 인정하십니까?) …….]
하지만 취재진이 빠져나가자 최 씨는 당당한 태도로 질문에 답했습니다.
문체부 예산 편성에 관여했는지 등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선 '증거가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는 관여한 바 없고, 전 더블루K 이사 고영태 씨가 자신을 이용했다고 강변했습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재단을 만들어 이권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너무 나가시는 것"이라며 마이크에 한숨까지 내뱉었습니다.
다만, 딸 정유라 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한 KD코퍼레이션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소개한 건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학부모가 준 1천만 원가량 되는 샤넬 백은 친한 사이에 주고받은 단순한 명절 선물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며 '어제 일도 기억 못 하는데'라고 푸념해 방청석에선 탄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몸이 좋지 않다며 자주 휴정을 요청한 최 씨는 계속되는 질문에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입을 다물기도 했습니다.
최 씨 신문이 길어져 안종범 전 수석의 신문은 계획보다 4시간 반 늦게 시작됐습니다.
안 전 수석은 업무 수첩을 자신이 쓴 게 맞다며 대통령 지시대로 내용을 적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 영상편집 : 윤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