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표현들이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특히 청각장애인을 가리키는 단어인 벙어리는 ‘꿀 먹은 벙어리’, ‘벙어리장갑’ 등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애인 비하 표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최근 '벙어리장갑'에 다른 이름을 붙이는 캠페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에서 진행 중인 ‘손모아장갑 캠페인’입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통장갑’이나 엄지손가락만 보인다는 뜻에서 ‘엄지장갑’ 등의 후보 중, 온라인 투표를 통해 ‘손모아장갑’이 선정됐습니다.
■ ‘벙어리장갑’이 장애인 비하?
‘벙어리’의 사전적 의미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4개의 손가락이 붙어있는 장갑을 왜 '벙어리장갑'이라고 부를까요?
벙어리장갑의 어원은 다양한데요, 과거에는 말을 못하는 청각장애인이나 언어장애인의 혀와 성대가 붙어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손가락이 붙어 있는 장갑을 ‘벙어리장갑’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합니다. ‘막히다’의 옛말인 ‘벙을다’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늘날 벙어리장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와는 달리, 비하의 의미가 담긴 표현인 겁니다.
하지만 벙어리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히려 벙어리장갑이라는 이름이 귀엽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죠.
‘벙어리장갑’과 같은 명칭을 순화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인식하고 사용을 줄여나가는 움직임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 무심코 사용했던 표현들
벙어리장갑 이외에도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장애인 비하 표현들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되는 관용어구나 속담에도 이런 표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정 단어에 ‘절름발이’라는 표현을 붙여 사용하기도 하는데, 절름거리는 장애에 비유해 조화롭지 못하거나 부족하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담고 있는 속담도 많습니다.
이 같은 관용어구나 속담에서 장애는 ‘비정상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유됩니다. 차별이 내포된 것이죠. ‘장애자’라는 표현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장애자’는 1981년 6월‘심신장애자복지법’의 제정 과정에서 일본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 사용한 용어입니다.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으로 개칭됐지만, 여전히 ‘장애자’나 ‘불구자’ 등의 표현이 사용됩니다.
자주 사용하는 말이란 이유로 차별을 내포한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쓰다 보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강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표현은 자제하고, 일상에서도 ‘벙어리’는 ‘언어장애인’, ‘장님’은 ‘시각장애인’, ‘절름발이’는 ‘지체장애인’ 등의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지만, ‘손모아장갑’으로 따뜻한 겨울나기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