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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경제] 수출도 내수도 비구름…'절벽 경제' 탈출구는?

[차茶경제] 수출도 내수도 비구름…'절벽 경제' 탈출구는?
오늘은 어떤 얘기 나눠볼까요?

▶ 요즘 우리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데 절벽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죠. 수출 절벽, 내수 절벽, 고용 절벽. 이런 말들입니다. 절벽에서 추락하듯이 급격하게 움츠러드는 경제 상황을 의미하는데 올 4분기와 내년 초에 우리 경제가 이런 경기 절벽에 맞닥뜨릴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 악재가 첩첩이 쌓여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단기 부양 대책만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내놓은 대책이지만 이제는 부양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근본적인 경제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절벽 앞에서 선 우리 경제의 상황과 정부 대책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가는 상황부터 정리를 해볼까요?

▶ 먼저 수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 연속해서 감소했다가 8월에 다소 늘었었는데 반짝 증가로만 그쳤습니다. 한 달 만인 지난달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채 4분기에 들어서 있습니다. 

내수는 그런대로 버텨는 주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소비증가율은 전월 대비 2%입니다.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6월에 끝난 직후인 7월에 소비가 2.6%나 줄어서 걱정스러웠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다행이긴 한데 여름 휴가철 수요에 따른 일시적 회복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증가율은 이달 말에나 나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기상도를 나타내는 이미지. 수출은 19개월 연속 감소했으므로 비, 내수는 낮은 소비증가로 흐림, 생산은 제조업 가동률 최저로 비가 내리는 형국이다.
생산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산 증가율이 7월에 0%, 8월에는 -0.1%입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4%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습니다. 공장 설비 10곳 중 3곳은 가동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생산 현장의 활력이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겁니다.

그나마 내수에 기대서 우리 경제가 버텨온 셈인데 이 내수마저 불안해지고 있는 거죠?

올 2분기 GDP 성장률은 0.8%였는데 이 가운데 내수가 1.2%포인트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에 수출은 성장률을 0.3%포인트 깎아 내렸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성장 동력의 역할을 잃은 겁니다.

내수중에도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없었다면 올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겁니다. 이렇게 버팀목 역할을 하던 내수가 4분기부터는 급격히 악화되면서 내수절벽, 소비절벽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비가 급격히 안 좋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배경은 어디에 있나요?

사실 그동안 경기 침체에도 소비가 늘 수 있었던 건 정부 소비 진작책의 영향이 컸습니다. 소비가 줄면 정부가 진작책으로 부양하고, 대책이 종료되면 소비가 급감하니까 줄어든 소비를 다시 떠받치기 위해 더 강력한 진작책을 내놓는 식이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얘기를 해볼까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8월 말 개별소비세를 내리자 자동차 업계는 특수를 맞았죠. 지난해 내수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12월에 인하 조치가 끝나자 올 1월에는 전달보다 38%나 판매가 줄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2월에 다시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부양책을 내놓았는데 이 연장 조치가 끝난 7월에는 또 26%나 자동차 판매가 줄었습니다. 세금 인하라는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 약발로 소비가 늘었던 건데, 이렇게 일회성 이벤트 대책으로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는 이제 한계가 온 겁니다.
더이상 이벤트성 자동차 세일말고 가계 빚이나 세일해 달라는 이미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빚도 지갑을 닫게 합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 빚은 1257조 원으로 1년 새 11% 늘어났지만,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고작 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자나 대출금 상환 부담 때문에 갈수록 소비에 쓸 여력은 없어지는 겁니다. 특히 4분기부터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죠. 임금이 줄거나 회사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가계가 지갑을 열기는 더 힘들어질 겁니다.

김영란법 파장에 대한 걱정도 많아요. 어쨌든 내수에 타격이 예상되는 거잖아요?

▶ 사실 김영란법의 경제적 파장을 말하면 법 취지에 반대하는 거냐, 이렇게 받아들이는 시각 때문에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는 과정에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죠. 경제적 파장을 어떻게 극복해 좋은 취지를 살리느냐, 이게 중요한 겁니다.

법 시행 전인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서는 음식업, 골프장, 선물 관련 산업 등에서 연간 11조6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습니다. 아직은 경제적 타격이 어떻게 현실화될지 알 수 없습니다만, 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금지 행위가 모호해서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들고는 있죠. 

말씀드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파장이 커지면 내수의 급격한 감소, 내수 절벽으로 떠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겁니다.

이번에는 수출 걱정을 좀 해볼까요, 지난달에 이어 이달 수출도 좋지 않은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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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은 94억 6,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줄었습니다. 특히 주력 품목인 휴대전화와 자동차의 수출 부진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승용차는 -51.9%, 무선통신기기 -31.2%로 감소 품목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양대 기둥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리콜 사태와 파업으로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인데 감소 폭이 너무 커서 걱정입니다. 특히 삼성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은 수출뿐 아니라 내수에도 타격이 우려됩니다.

대외 변수들도 악재가 많죠? 무엇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더 확산되는 상황이 걱정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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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신흥국들까지 앞 다퉈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추셉니다. 특히 다음 달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도 보호무역주의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한미 FTA를 포함한 모든 무역협정을 원점으로 돌리겠다고 공언했죠. 트럼프의 주장대로 한미 FTA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손실액이 앞으로 5년간 270억 달러(우리 돈 약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더라도 우리나라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부과를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른 수출 손실액도 5년간 119억 달러 (약 13조2천억 원), 일자리는 9만2천 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누가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 바람은 세지고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힐러리가 당선됐을 경우 반덤핑 관세강화로 인해 5년간 119억 달러의 수출손실이 생기며 트럼프가 당선됐을 경우 한미 FTA재검토를 통해 5년간 270억 다럴 수출 손실이 있을 것이므로 누가 당선되든 수출에는 부정적이라는 이미지.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유럽과 일본이 조금씩 돈 풀기를 줄이는 테이퍼링 같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4분기를 넘어 내년 경제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얼마전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었습니다. 미국 시티그룹은 연초에 죽음의 소용돌이에 갇힌 세계 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었고요. 세계 경제를 걱정한 말들이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의 경제 현실에 더 와 닿는 말들이기도 합니다.

정부도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죠?

▶ 4분기에 10조 원이 넘는 재정과 투자를 추가로 동원한다는 내용의 부양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올해 초 내놓은 21조 원 규모의 부양책과 하반기 11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단기 부양 카듭니다. 정부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마련한 경기보완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포인트 활용도 제고처럼 민간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까지 정부 대책으로 들고나온 것을 보면 정부가 대책 마련에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엿볼 수 있기는 합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며 한국은행에게 대처방안을 미루고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여유있다며 정부에게 대처방안을 미루는 이미지.
하지만 수출과 내수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새롭게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예정된 예산의 집행을 서두르거나 다른 곳의 재원을 가져다 시급한 부분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뿐이기 때문이죠.

정부도 이것만으로는 약하다 싶으니까 이번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금리 인하도 포함시키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 이렇게 말했었죠. 하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되받았습니다. 경기 부양 해법을 놓고 서로에게 총대를 메라고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았죠. 금리는 결국 동결이 됐습니다.

상황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위기인데 정부 대책은 단기부양책 위주여서 해법이 못되고 있다, 이런 지적이 많죠?

▶ 정부는 올해 내내 이런 단기 부양책과 금리 인하로 경기 회복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각종 부양책과 수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기업은 여전히 투자와 고용 확대를 꺼리고 가계는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기 부양책의 반짝 효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위기 상황인 겁니다. 이미 눈덩이처럼 불러난 가계부채도 소비 위축, 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죠. 가계부채를 잡자니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니 가계부채가 경제의 뇌관처럼 옭아매고 있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입니다.

환자에게 약이 듣지 않으면 다시 진단과 처방을 받아 약을 바꿔야 하듯이 경제도 살아나려면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임시방편의 약물 투여가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책을 마련해야 하는 겁니다. 수출은 글로벌 경제 변수의 영향이 큰 만큼 우선은 내수 확대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단기 정책 이벤트에 자꾸 기대지 말고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려서 꾸준히 소비를 늘리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는 마른 수건만 쥐어짜지 말고 근본적인 경제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선임기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기획: 차병준 / 구성: 임태우 / 그래픽: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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