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로 꽃길을 조성한 경북 안동시를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안동시는 경북 도민체육대회를 앞둔 지난 3월 3천800여 포기의 꽃양귀비와 양귀비 모종을 시내 중심의 강변도로에 심었습니다.
꽃양귀비와 양귀비는 체육대회가 끝나고 지난달 중순 일부 꽃의 모양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 시민의 신고가 있을 때까지 2개월가량 도심에 방치됐습니다.
뒤늦게 강변도로에 심은 꽃에 양귀비가 섞여 있다는 통보를 받고 안동시는 이를 모두 캐내 소각했습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법은 50포기 이상의 양귀비를 재배하면 형사 입건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안동경찰서는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서 꽃양귀비(관상용 양귀비) 씨앗에 양귀비 씨앗이 섞이게 된 경위를 듣고 범죄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입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관상용 양귀비와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 씨앗이 섞이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안동농업기술센터를 찾은 한 방문객이 센터 기간제 근로자(60)에게 "꽃양귀비 씨앗이다"며 씨앗을 전달했고 이 근로자는 그 말을 믿고 씨앗을 꽃양귀비 씨앗과 함께 보관했습니다.
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말 양귀비 종자가 섞여 있는 꽃양귀비 씨앗을 파종했고 싹이 튼 꽃양귀비와 양귀비가 그대로 안동 낙동강변도로에 옮겨 심어진 것입니다.
방문객에게서 씨앗을 전달받은 농업기술센터 기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누군가에게서 씨앗을 받기는 했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농업기술센터 다른 직원들도 경찰에서 같은 맥락으로 말했고, 경찰은 양귀비가 도심 도로변에 심어지게 된 과정의 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곽병우 안동경찰서장은 "안동시가 업무착오로 양귀비 씨앗을 확인하지 않고 파종한 잘못이 있었던 것은 확인했지만, 파종하는 과정에 고의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범죄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서 " 검찰과 협의해 별도 입건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맨 처음 농업기술센터에 양귀비 씨앗을 전달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신원을 확인해 양귀비 씨앗을 전달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해 볼 계획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곽 서장은 "맨 처음 씨앗을 전달한 사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씨앗이 양귀비 씨앗이라고 알고 있었던 이들이 확인되면 모두 처벌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 지역 주민은 "법을 제대로 모르는 시골 노인들은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입건되고 처벌받기도 하는데 행정기관이 양귀비를 무더기로 재배한 것을 넘어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과 별도로 안동시가 제대로 된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양귀비를 파종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양귀비 씨앗을 "꽃양귀비 씨앗이다"는 전달자의 말만 믿고 꽃양귀비와 함께 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