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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환율 900원 붕괴…전문가들이 보는 원인과 대책은

엔환율 900원 붕괴…전문가들이 보는 원인과 대책은
오늘(23일) 원·엔 재정환율이 한때 900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최근 본격화된 엔저현상의 가속화와 관련,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출 부문 등에서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조만간 엔 환율이 850원 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엔저를 우려하는 배경에는 여전히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며 이제는 우리 경제가 수출 지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원·엔 환율은 조만간 85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 이하로도 내릴 수 있다.

한국 수출이 계속 마이너스 추세인데, 엔저로 인해 더 나빠질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1%조차 하반기에 수출 감소폭이 적어진다는 전제에서 나왔는데, 엔저로 현재보다 수출이 악화되면 경제성장률은 2%대로 하락하게 된다.

문제는 엔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2∼3년 지속할 가능성에 있다.

미국이 최근 주춤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는 상황이고, 일본은 올해 들어서도 양적완화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를 계속 할 수 있다.

외환당국이 취해야 할 첫 번째 대책은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푸는 것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식 양적완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액션을 취해야만 한다.

둘째로는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이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낙인을 찍어 심할 경우 '슈퍼301조'를 발동해 환율 절상 및 통상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의 무분별한 양적완화 때문에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사전적으로 미국에 이해시키는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안 된다면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관리·통제해야만 한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일본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 통화 당국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저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통화당국에서는 금리인하 대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저에도 불구하고 우리 통화 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인식해 추가로 원엔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에서는 우리 금리가 높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금융 선진국에서는 1%의 금리를 보유한 국가가 거의 없다.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인 국가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900원 이하로 원엔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원화의 강세가 계속 될테고, 제조업 등 개별 기업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업들도 환율 피해가 적은 곳으로 움직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일자리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통화 당국은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다.

엔저는 하루 이틀 된 상황이 아니다.

2013년 중반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현상이다.

게다가 금리가 높아 시세 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동성 자금이 계속 들어오면서 원화가 더욱 강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의 유동성 자금이 계속 들어 오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외환선물 정경팔 시장분석팀장 미국 금리인상의 기대감이 크지 않아 위험선호 거래가 증가했고 엔화 약세와 위험통화 강세 패턴이 나타났다.

달러·엔 상승폭보다 달러·원 상승폭이 둔화한 상황에서 지난 밤에 미국 지표 호조로 글로벌시장에서 달러가 많이 올랐다.

앞으로 원·엔 환율이 어디까지 간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과거 10년 전의 패턴을 보면 1년8개월간 쭉 하락해서 740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만약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으로 늦어진다면 당시와 비슷하게 갈 수 있고, 앞당겨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위험거래를 청산하려는 상황이 와 뒤집힐 것이다.

엔저가 수출에 불리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수출이 불리하더라도 경상수지가 늘어난 경험에서 보이듯 완전히 1대1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고, 제품 혁신 등 다른 요인이 있다.

◇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수출에서 환율보다 해외 경기 요인이 더 중요해진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 속도를 원화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상수지가 1천억 달러에 가까운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원·엔은 재정환율이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

일본에 아베노믹스를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일본이 우리 요청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다고 해서 우려하는 데에는 여전히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제는 수출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바로 봐야한다.

내수, 금융산업 등 살려야 할 것들이 수출 외에도 많다.

달러 대비 환율이 약세로 가면 안 좋은 점도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는 외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외채가 많은 상황에서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채상환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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