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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한국의 독립리그는 가능한가?

[돌직구] 한국의 독립리그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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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독립구단의 슬픈 자화상

[아나운서 멘트]
"지난 9월 11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됐는데요. 우선 독립구단이란 말이 조금 생소하네요?"

[기자 멘트]
"독립구단은 어느 리그에도 소속되지 않은, 말 그대로의 독립적인 팀인데요. 프로구단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원더스의 경우 프로팀에 23명의 선수를 보내기도 했죠."

[아나운서 멘트]
"대학 진학을 예로들어 본다면 일종의 좋은 재수학원이 사라진 셈이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고양 원더스는 패자부활의 기회였습니다. 오늘 돌직구에서는 원더스 사례를 통해 향후 독립 야구단의 생존 방안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창단 3년만에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곳은 원더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한 고양 국가대표 야구장입니다. 이제 더이상 이곳에서 꿈을 위해 뛰는 원더스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없습니다.

원더스 구단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체 이유를 KBO와 구단 운영에 대한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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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양 원더스 구단 관계자]
"KBO가 (원더스를) 도와줄 수 있었는데, KBO도 기존 구단들 눈치나 보고 있었던 거죠."


창단 당시 KBO가, 정확히 말하면 전임 집행부가 약속한, 퓨처스리그 정식 편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결국 해체 결정을 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정철우, 이데일리 기자]
"(고양 원더스가) 기존 구단들의 합의하에 퓨처스리그에 포함된 구단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양 원더스와 함께 하는 문제에 있어서 반대하는 의견이 초반에 많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뷰: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우리를 보는 시각이 무시하는 느낌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것이 충격적이었고, 그로인해 충돌이 생겼습니다."


퓨처스리그의 번외 경기만 치르는 원더스 입장에서 연간 30~4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도 부담이 됐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독립야구단이라고 하기에는 운영비가 많이 들어간 게 사실이죠?"

[기자 멘트]
네. 원더스는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1군 구단급 코칭 스태프와 해외전지훈련, 그리고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하면서 기존 퓨처스리그 팀보다 많은 운영비를 지출했습니다.

허민 구단주가 창단 당시 밝힌 3년간 50억 원보다 두배 이상의 돈이 투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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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순철, SBS 야구해설위원]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사람 수가 많아지는 것도 있고, 그러다 보면 해외 전지훈련도 나가야 되다보니까 비용이 많아지게 되는데, (고양 원더스처럼) 한 해에 40억씩 들면 어느 기업도 운영할 기업이 없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결국 팀 해체의 최대 피해자는 원더스 선수들일 텐데요. 11월까지는 원더스 구단이 훈련을 지원한다죠?"

[기자 멘트]
"네 맞습니다. 지난 주에 찾은 원더스 홈구장은 평소와 달리 조용했습니다. 여전히 20명 남짓한 선수들이 매일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달후면 이곳마저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최향남, 고양 원더스 투수]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 하루지만 삶의 활력소가 되니까…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하루하루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남은 선수들이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KBO는 특별한 대책이 있나요?"


[기자 멘트]
"KBO도 기존 프로팀에 들어가지 못한 원더스 선수들에 대한 특별한 구제안은 아직 없어 보입니다."


[인터뷰: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
"11월까지 고양 원더스가 훈련을 한다고 하니 시즌 끝난 후에 방법을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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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독립리그 성공 가능성은?

[아나운서 멘트]
"정말 고양 원더스의 해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는데요."

[아나운서 멘트]
"그렇다면 국내에서 더 이상 독립야구단, 더 나아가 야구 독립리그는 불가능한 걸까요?"

[기자 멘트]
"쉽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경기도가 독립리그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한국의 독립리그 창설 방안은 없는지 취재해 봤습니다."


지난 2013년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에서 수원시와 경기도는, 경쟁상대인 전북을 제치기 위해  비장의 공약을 내놓습니다.

경기도내 인구 40만 이상 도시를 연고로, 연매출액 천억 원 이상의 기업을 유치해 독립리그를 창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013년 7월까지 기업 유치를 확정 짓고, 2014년 12월까지 전용구장을 준공한다는 추진 일정도 공개했습니다.

지역독립리그 창단 확약서와 독립리그 창설 보고서까지 내놨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확약서에 도장까지 찍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독립야구단을 만들겠다는 지자체와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인터뷰:경기도 관계자]
"(독립구단 창단을) 할 지자체를 모집해야 하는데 모집하기가 어렵습니다. (지자체로부터) 의향을 다 받아봤는데 수원시를 제외하고는 참여하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인터뷰:이용철, 前 수원시 프로야구단 유치 추진위원]
"제일 문제점은 야구장 문제였습니다. 야구장이 없다 보니 선뜻 지자체에서 시행을 하기에도 위험부담이 있고, (그렇다면) 기업이 참여를 해야 되는 상황인데 기업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되는 상황이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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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멘트]
"연 30억 원 이상을 쓴 원더스의 사례를 보고 기업들이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멘트]
"핑계에 가깝습니다. 경기도가 내놓은 독립리그 최종 보고서에는 팀당 15억 원 정도의 운영비용을 예상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원더스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독립구단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기자 멘트]
"네. 일본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독립리그가 꽤 활성화 돼 있는데요. 시초는 2005년, 프로야구 연고지가 없는 시코쿠 지역의 4팀으로 구성된 리그입니다.

현재 일본에는 시코구-규수 아일랜드리그 외에 간사이리그, 베이스볼 챌린지리그 등 3개의 독립리그가 운영중입니다. 

지금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일본 독립리그팀들은 유니폼에 동네 빵집 광고까지 붙이면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운영비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체됐지만 일본 간사이리그에 참여했던 한국팀이죠. 서울 해치의 창단을 주도했던 박영길 전 롯데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박영길, 원로 야구인]
"일본은 독립리그 선수들은 월급이 없습니다. 구단에서 해주는 것은 유니폼, 스파이크, 배트 몇 자루…그리고 버스비를 포함한 시합 비용, 시합이 있을 때는 도시락을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박영길 감독은 돈 문제보다 독립리그의 본래 취지를 더 강조합니다.


[인터뷰:박영길, 원로 야구인]
"프로에 못 가도 개개인의 자립십을 키우고, 야구를 통해서 조직생활의 규칙을 배우고…일본 독립리그는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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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멘트]
"야구를 포기한 선수들이 사회에 나가서 적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자는 거군요."

[기자 멘트]
"맞습니다. 실제 일본 독립리그에서도 프로에 가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하지만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는 리그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선수들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는 것이죠."

[아나운서 멘트]
"그렇다면 운영비는 그렇다쳐도, 리그를 운영하려면 선수 수급 역시 중요할 텐데요?"

[기자 메트]
"그 문제는 연천베이스볼파크를 운영하면서 이 곳을 독립리그의 요람으로 만들려는 우수창 대표가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야구 아카데미 제도의 도입입니다.

처음부터 독립리그 선수들을 모집한다고 하면, 잘 모이지 않겠죠.

그래서 우 대표는 아카데미를 만들어 야구를 계속 하고자하는 선수들에게 무료로 교육을 시키면서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입니다.


[인터뷰;우수창, 연천 베이스볼파크 대표]
"(야구 선수를) 포기한 선수들한테 다시 한 번 재기를 할 기회를 주며, 혹시 야구를 그만둬야 될 경우에는 사회에 진출할 수 잇는 기초적인 부분을 가르쳐줄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 아카데미에서 유명 선수들을 배출해서 독립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야구 아카데미를 통해 야구는 물론 사회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 선수들로 독립리그를 만들자는 우수창 대표의 구상은 충분히 현실성 있는 제안입니다.

야구계, 또 지자체들이 이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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