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과도한 노선 조정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청와대 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원래도 길었던 노선이 최근에 더 연장되면서 한번 운행에 나서면 길게는 5시간 가까이 걸린다는데, 이 노선버스를 정준호 기자가 직접 타봤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 구산동 차고지와 교대역을 왕복하는 742번 버스.
정류장마다 승객을 태우며 쉼 없이 달리는데 버스기사는 행여 소변이 마려울까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습니다.
회차 지점에 거의 와서야 화장실에 가는데 승객에 피해를 줄까 봐 2분도 안 되게 서둘러 다녀옵니다.
[배장은/742번 버스기사 : 졸려서 눈에 지금 물을 약간 묻히고 왔거든요.]
저희가 출발한 지 2시간 15분이 넘었는데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승객이 적은 낮 시간에도 왕복 4시간 25분이 걸렸습니다.
휴식은 화장실을 다녀온 것이 전부입니다.
[배장은/742번 버스기사 : 물을 먹을 수가 없어요. 갈 때는 먹을 수가 없어요. 화장실 때문에. 올 때 조금씩 한 모금씩 (마십니다.)]
기사들은 피로가 더 심해진 것이 지난 1월 서울시의 노선 연장 결정부터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용객들이 기존 회차 지점인 동작구에서 강남까지 노선을 늘려달라는 민원에 11km가 더 길어진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주민들은) 나는 한꺼번에 시작점에서 종점까지 가고 싶은데 왜 중간에 갈아타라고 하느냐 하면서 (민원을 넣습니다.)]
업무 강도가 크게 늘어난 버스기사는 노선을 원래대로 돌려달라며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1인 시위까지 나섰습니다.
[742번 버스 업체 관계자 : 기사분들 너무 힘들다, 허리 아프다, 어깨 아프다…. 이런 건 엄청 들어와요. 제발 좀 빼달라고.]
서울시는 2016년 32개였던 장거리 노선을 점차 줄이겠다고 했지만, 5년간 5개 노선만 짧아지고 10개 노선은 오히려 운행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주민 편의에 무게를 두는 사이, 버스기사의 노동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유정훈/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 회차 지점에서 좀 시설도 개선하고 그다음에 최소한 20~30분 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일단은 당장(해야 될 것 같아요.)]
서울시는 해당 노선의 버스 대수를 늘리겠다면서도 노선 단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VJ : 김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