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등산로에 접해있는데, 등산객들이 단지를 드나드는 게 싫다며 철제 담장을 둘러쳤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라며 담장을 철거하라는 구청과 아파트가 몇 달째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입니다.
아파트 바깥 경계를 따라 철제 담장이 빈틈없이 처져 있습니다.
재건축한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입주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담장이 없는 개방형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등산로 입구와 버스 정류장 사이에 끼어 있어 단지를 가로지르는 등산객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자꾸 쓰레기를 버린다며 지난해 말 담장을 세운 겁니다.
[입주민 : 60·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갖고 뭐, 풀어놓고 밥 먹고. 먹으면 이제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싸갖고 가지는 않죠. 쓰레기를 그냥 놓고 가지….]
담장이 놓인 뒤부터 등산객들은 1km 정도 단지를 빙 돌아가야 합니다.
[등산객 : 드나들면 좋은 거지, 자기네만의 그게 아니잖아요? 자기만의 왕국처럼 (담장 설치를) 한다는 게 약간 좀 거부 반응이.]
문제는 이 담장이 불법 설치물이라는 겁니다.
강남구청이 지난 5월 수서경찰서에 고발하고 최근 철거 명령까지 내렸지만 아파트 측은 버티기로 일관합니다.
전문가들은 사유지라 해도 공공성을 위해 담장을 없애는 게 옳다면서도 지자체가 청소 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