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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하려다 '철탑서 정년'…삼성, 달라진 답 내놓을까

<앵커>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가 쫓겨난 뒤 30년 가까이 회사와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반년 째, 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며칠 전에 삼성이 노조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고 사과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역 25m 높이 CCTV 철탑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철탑 아래에 모여 김 씨를 응원합니다.

[김용희/삼성 해고노동자 : 삼성이 그동안 노조 파괴 범죄들이 낱낱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해고노동자들을 이렇게 방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난 6월 김 씨가 철탑에 오른 지 다음 주면 200일이 됩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무더위와 태풍을 견뎠고 55일간 단식까지 했습니다.

지금은 하루하루 온몸에 삭풍을 맞습니다.

[김용희/삼성 해고노동자 : 0.5평 되는 철탑 위입니다. 공간이 매우 비좁아서 다리도 펼 수 없고 구부린 상태에서 잠을 자고 쉬기도 합니다.]

1982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김용희 씨는 노조설립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1991년 해고됐습니다.

법적 공방 끝에 1994년 삼성물산으로 복직됐지만 1년 뒤 전화 한 통으로 해고됐습니다.

지난 7월 철탑 위에서 만 60세 정년을 맞았습니다.

삼성의 진정한 사과와 명예복직, 잃어버린 삶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철탑을 사수하는 이유입니다.

[김용희/삼성 해고노동자 : 더위나 추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 인생의 전부를 노동조합 설립하는 데 다 잃어버린 거잖아요.]

노조 와해 시도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삼성이 사과문까지 냈지만, 해고 노동자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삼성물산 측은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만 밝혔습니다.

[김용희/삼성 해고노동자 : 삼성 무노조 경영으로 발생된 피해자들이 지금도 차디찬 길바닥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사과해야죠.]

삼성은 과거 무노조 경영에 대해 사과하면서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4년 전 노동조합을 만들다 해고된 저들의 물음에 대한 삼성의 대답이 무엇일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정영,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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