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적용 시기를 1년 연기한 것과 관련, "교육부가 결정한 일인데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으나 탄핵 정국 이후 '정책 뒤집기'가 현실화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청와대 참모들은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나. 아쉽고 착잡하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교육부가 여러 의견을 수렴해서 현장적용 방안을 만들었다. 교육부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야권과 시민사회, 학계의 비판 여론이 컸던데다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국정 교과서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동력이 사라졌다는 현실론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관저에서 칩거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관련 상황을 참모진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애착을 갖고 추진했던 만큼 "착잡한 심경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올바른 역사 교육과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부에서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그런 교과서는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같은해 11월 국무회의에선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야당이 역사교과서를 비롯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일 위안부 협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박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적용 연기 결정과 관련해 "교과서를 비롯해 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들은 옳았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매도당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고 참모들이 전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제2차 대국민담화에서도 "우리나라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고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