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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시사전망대] 위안부 할머니들 "정말 해방이 되긴 했나요?"

* 대담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 한수진/사회자:

오늘(15일) 7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주 금요일이죠. 일본 정부가 한일 합의에 따라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의 출연금 10억 엔을 신속하게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출연금을 내는 동시에 자기들이 할 의무는 다 했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재단이고 돈이고 다 필요 없다. 일본의 사죄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 연결해서 관련한 말씀 좀 여쭤보겠습니다. 윤미향 대표님.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 광복절이고요. 어제는 위안부 기림일이었다면서요?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정해진 날인가요?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1991년 8월 14일, 지금부터 벌써 25년 전이죠. 그 때 김학순 할머니라는 분이 내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였다고 당당하게 침묵을 깨트렸어요. 그런데 그 당시의 상황이 일본 정부가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그 때는 국가 개입도, 군의 관여도 인정하지 않은 때였습니다. 오히려 민간 업자가 한 일이었고 여성들이 돈 벌기 위해서 스스로 거기를 나섰다. 이런 방식으로 망언을 하고 있을 때였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을 때. 그런데 피해자가 당당하게 나서서 내가 살아있는 피해자다. 그 이후에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계기를 마련해 줬고요. 그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저기 멀리 호주까지, 네덜란드까지 피해자들에게 전해졌어요. 

즉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있어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거라고 할까요. 증언이고 행동이라고 할까요. 그게 이 운동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끼쳤습니다. 대부분 일본 여성들, 한국 여성들도 또 다른 여성들도 그 피해자의 증언을 듣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또 그것을 넘어서서 지금 전쟁이 계속 되고 있잖아요. 그 전쟁 속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 여성들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그 여성들에게까지 위안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증언, 침묵을 깨트린 사건들은 굉장히 큰 용기를 주고 있다고 계속 알려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4년 전에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 14일 그 날을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로 정하자. 그래서 그 여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억하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 땅에 그런 피해자의 아픔이 재발되지 않도록 활동을 우리가 전개하자고 정한 것이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래서 어제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던데요. 그런데 이렇게 정부가 재단을 만들 줄 알았으면 그냥 가슴에 묻어둘 걸 그랬다. 이렇게 후회하시는 할머님들도 계시다면서요?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어제 기림일 날 저희가 나비문화제를 일본 대사관 앞에서 개최했는데요. 91세 김복동 할머니가 첫 말씀을 어떻게 꺼내셨냐면. ‘여러분, 여러분은 나라 없는 세상에서 살아봤습니까. 우리는 나라 없는 세상에서 살아봤습니다. 해방이 됐다고 하지만 지금도 과연 우리 국가가 있는가. 정부가 우리를 위해서 서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라고 말문을 여셨어요. ‘아직도 나는 해방이 된 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전쟁이 끝난 줄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게 어쩌면 할머니들이 지금 한일 정부 간의 합의 이후에 느끼고 있는 절망감이라고 할까요. 또 다른 분노라고 할까요. 그게 나라가 없다는 생각, 나라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절규. 그것만큼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그만큼 지금 절망감이 크고 분노가 깊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런데 정부는 지금 이번 재단 설립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 ‘유일한 길’이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사실은 할머니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가해자가. 그렇잖아요? 가해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것. 그게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거죠. 그렇게 한들, 할머니가 어제도 그 말씀을 하셨는데. 내가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받는다 한들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고. 하지만 어떻게 하겠느냐고. 용서를 해야지. 우리가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그게 정답이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 피해자들 앞에 진심으로 뉘우치고.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정부가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런데 지난 합의는 일본군의, 일본 정부의 주체적인 범죄 사실도 인정이 안 됐고요. 강제성도 인정이 안 됐고요. 더군다나 그 합의가 끝나고 나서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그 피해자들을 강제 연행한 증거가 없다. 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성노예라고 하는 것은 일본 정부에 대한 비방 중상이다. 실제로 지난 8월 6일 호주 시드니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 단체들이 어떻게 호주 정부와 호주의 시민단체들, 여기에 함께 하는 호주 한인 동포들에게 협박을 했느냐면. 호주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일본에 대한 인종차별이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 여성들은 그렇게 강제로 간 것이 아니고, 강제로 갔다고 하는 것은 비방 중상이다.

▷ 한수진/사회자:

달라진 게 없네요.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네.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 합의를 기본으로 해서 일본 정부가 배상금도 아니다. 우리는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내년 10억 엔을 가지고 재단을 만들어서, 그 이름이 화해와 치유 재단. 일본은 계속 망언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치유가 되고 화해가 되겠어요? 그것이 유일한 길이다. 이것은 할머니들의 마음을 너무나 모르는 정부의 태도다. 너무나 무책임하고 너무나 폭력적인 정부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예. 할머니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이고요. 지금 보면 지금 말씀하신 대로 치유 재단에 출연하는 10억 엔과 관련해서는 일본은 일관되게 배상금은 아니다. 어떻게든 이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얘기고요. 관련된 게 아니다. 배상금은 아니다, 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배상금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직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은 남아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배상 책임은 이미 다 끝났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그렇죠. 그게 문제인 거죠. 그것 때문에 헌법재판소, 지난 2011년 7월 30일에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를 향해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추궁해야 할 책임. 그것을 하지 않은 것. 그것은 위헌이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것이 여전히 실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배상금이네, 치유금이네 논란이 있으니까 이 치유 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배상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지난 1965년 한일협정을 우리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것이 얼마나 피해자들의 가슴에는 상처를 남기고, 지난50년 동안 얼마나 갈등을 우리 사회에 남겼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합의도 똑같은 방식으로, 오히려 더 못한 방식으로 체결이 된 거죠. 일본 정부는 똑같은 합의를 가지고 그것은 배상이 아니다. 우리는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범죄를 인정한 것도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죠.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것은 배상으로 해서 갈 수 있다. 65년 한일 협정을 두고 한일 정부가 이것은 법적 책임을 완료한 것이라고 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 그리고 한국 정부는 되지 않았다고 하는 입장. 그것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거든요. 똑같은 갈등을 지난 합의, 그리고 이 재단이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또 다른 갈등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굉장히 아프고 치욕적인 역사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예. 오늘 대통령께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어떤 메시지 내놓을지도 주목이 되는데. 혹시 좀 이런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의 바람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우리 윤미향 대표님의 바람이라고 할까요? 어떤 게 있을까요?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 정부도 계속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화해와 치유 재단을 만든 것도 그렇고,합의를 한 것도 그렇고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명예 회복을 해드리고 싶어서 했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정말 그렇다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 인정하고 사죄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그것이 비록 일본 정부가 듣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의 책임이죠. 우리 정부가 그렇게 한 마디로 역사 속에 남기는 것. 그것이 얼마나 이 피해자들의 상처에 치유가 되고.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우리 피해자들을 우리 국민으로 보호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구나. 외교적인 보호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구나라는 위로를 받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사과와 법적 책임을 요구해라. 반드시 요구해라. 그러네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잘 들었습니다.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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