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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찢는 폭발음 나고 커다란 불덩어리 사방에 튀었다"



LP가스 폐용기 폭발사고가 난 경주 안강면 두류리 현장은 폭탄을 맞은 듯 처참했습니다.

2천 개가 넘는 가스통은 불에 그을려 허연 빛깔을 띤 채 공장 마당 곳곳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허술하게 만든 공장 건물 2채와 컨테이너 사무실은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진 채 하얀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5m가량 떨어진 바로 옆 축사에는 소 200여 마리가 뭔가에 놀란 듯 미동도 하지 않고 눈만 끔뻑이고 있었고, 일부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 주저앉아 좀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축사 건물 일부도 불꽃 파편이 튀어 여기저기 그을려 있었습니다.

공장 뒤편 낮은 야산은 폭발이 나고 3시간가량 지난 오후 2시께도 곳곳에희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산림청 헬기, 소방차 등이 연신 물을 뿜어댔습니다.

공장에서 일어난 불꽃은 사방으로 약 400m까지 튀어 주변 산이 온통 불구덩이가 됐고, 산속에 있는 묘소에 조상을 모신 주민들은 가슴이 타들어 갔습니다.

마을 주민 권원택(71)씨는 "사람이 다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죄 없는 소가 많이 놀랐고 또 인근 산에 모셔진 묘소가 많이 훼손된 것 같다"며 "추석을 앞두고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난 공장 옆에서 자두밭을 일구고 있다는 권 씨는 "오전 10시 40분쯤엔가 밭으로 가고 있는데 바로 옆 공장에서 귀를 찢는 폭발음과 함께 커다란 불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다"며 "너무 겁이 나 뒤도 안 돌아보고 동네 어귀로 뛰어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전병수(78)씨는 "집에 앉아서 물을 마시는데 '펑'하는 소리가 나 내 몸이 흔들려 물잔을 쏟을 뻔했다"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폭발사고가 난 공장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은 9가구 20명가량.

이들은 평화롭던 마을에 10여년 전 LP가스 폐용기 처리업체가 들어선 뒤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종일(61)씨는 "소를 키우는 곳 바로 옆에 폭발 위험이 있는 물건을 다루는 공장을 허가해 주면 어떡하느냐고 경주시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며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다른 주민 A씨도 "농사짓는 동네 뒤에 그런 시설을 허가해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번 참에 시청에 강력하게 항의할 생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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