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2014년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에 인천광역시 대표로 출전해, 수영 남자 일반부 자유형 200m, 400m, 계영 400m와 800m에서 모두 4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4관왕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2015년 1월 박태환이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투여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 기간은 박태환이 도핑 검사를 받은 날인 2014년 9월 3일부터 2016년 3월 2일까지였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 따르면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징계가 시작되는 시점 이후에 획득한 메달, 상금, 기록, 점수는 모두 무효로 처리됩니다. 만약 계영 등 단체전에 출전했을 경우 동료들의 메달도 함께 몰수됩니다. 그러니까 2014년 9월 3일 이후부터 2016년 3월 2일까지 박태환이 따낸 모든 메달, 상금, 기록, 점수는 당연히 무효가 돼야 합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19일 개막한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징계가 시작된 2014년 9월 3일 이후에 딴 메달이어서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로부터 모두 무효 처리됐습니다. 계영 종목에서 박태환과 동료들이 힘을 합쳐 일궈낸 메달도 전부 몰수됐습니다.
금지약물 복용 선수의 메달, 상금, 기록, 점수가 모두 무효 처리되는 것은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 모든 국제 대회에 통용되는 규칙이자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대한체육회도 당연히 이 규정을 따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가장 큰 대회가 바로 전국 체육대회입니다. 제95회 전국 체육대회는 인천 아시안게임보다 한 달 늦은 2014년 10월 말에 열렸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회에서 박태환이 획득한 모든 메달과 점수, 기록은 무효 처리되는 게 마땅합니다.
대한체육회도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2015년 3월 전국 체육대회를 총책임지고 있는 대한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은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제 규정에 따라 전국 체육대회에서 박태환이 획득한 메달과 기록이 모두 무효가 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1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는 박태환이 여전히 2014 전국체전 수영 4관왕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사진 1>을 보면 박태환이 4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으로 기록돼 있는 게 확인됩니다.
지난 4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박태환 사태가 '이중 처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한체육회 조영호 사무총장은 “약물복용은 반사회적인 일이다. 약물복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징계를) 강화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선수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징계 만료 이후 3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절대로 고칠 수 없다며,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핑에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정작 자신들이 주관한 전국체육대회에서 박태환이 따낸 금메달은 왜 규정대로 무효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지 불가사의할 따름입니다. 2014 전국 체전은 분명히 박태환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자격 정지를 받고 있는 기간 중에 열렸습니다. 한마디로 대한체육회의 자기 모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여러 현안에서 무능과 무소신, 그리고 무원칙을 드러내 '3무주의'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내일(19일)은 박태환 사태에서 노출된 대한체육회 행정의 난맥상을 마지막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 [취재파일][단독] 폭력 선수 살 길 마련한 대한체육회
▶ [취재파일] 강도보다 더 무거운 박태환의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