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식당 경험 탈북여성의 전언…"감시속 하루 18시간 일했다"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하루 20시간에 가까운 중노동에 시달린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중국 소재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다 2010년 우리나라로 탈출한 김옥선(가명·여.40) 씨는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해외식당 근무 실태에 대해 "하루 17∼18시간씩 근무하는 살인적 업무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 소재 북한식당 '평양고려식당'에서 2008년부터 3년 가량 '접대원'으로 일했다는 김 씨는 "평소에는 오전 6시 40분에 일어나 오후 11시 40분까지 일과가 매일 반복됐다"면서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특히 1주일에 한번 자아비판을 해야 하는 생활 총화가 있는 날이거나 손님이 몰리는 휴일에는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면서 "항상 잠이 부족하고 힘든 일과가 계속됐지만 (강원도 원산) 고향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참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식당에 딸린 건물 5층에 전체 종업원 23명이 함께 기거하면서 근무했기 때문에 항상 감시와 통제, 보고에 대한 우려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개인별로 한 달에 한 번꼴로 휴일을 주지만, 국가안전보위부에서 파견된 '지도원' 또는 중국인 관리인(조선족)이 동행하는 경우가 아니면 시내 외출이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또 "전체 손님 가운데 남한 관광객이 30% 정도를 차지했다"면서 "남한 손님들은 주로 식당에서 판매하는 북한산 뱀술과 들쭉술, 고려 인삼주, 북한산 담배 등을 기념품으로 사가곤 했다"고 떠올렸습니다.

별도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돈이 필요한 경우 '출납장'에 액수와 용도 등을 적어 보고하고 책임자와 함께 시내에 볼일 보러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그러나 북한 여성 가운데 해외식당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선발 관문을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해외식당 근무자 선발 기준에 대해 그는 "젊은 여성 가운데 신장(162cm 이상)과 체중(48kg 이하), 허리 사이즈가 규격에 미달하면 1차 선발에서 아예 제외됐다"면서 "1차 관문을 통과하면 평양으로 불려가 노동당 선전선동부 차원의 강도 높은 면접시험을 치러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치열한 1차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음식을 굶고 몸매관리에 열중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합니다.

김씨는 이어 "평양과기대와 평양 외국어대학 등을 옮겨다니면서 중국어 인사말과 메뉴용어, 노래, 춤 동작, 악기연주법 등에 숙달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했다"라면서 "주로 남한 손님이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배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남한 손님이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비난하면 현장에서 대응하지 말고 곧바로 지도원에게 보고하도록 철저히 교육받았다고 기억했습니다.

김씨는 이번 해외식당 근무자 13명의 집단탈출에 대해 "지도원이 함께 탈출 행렬에 가세한 것에 놀랐다"면서 "해외에서의 일이 힘들고 외롭지만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 신변안전 때문에 탈북 자체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