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핵폭탄 모양 물체에 압도돼 다른 사진들에는 좀 소홀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펼쳐놓은 사진들 곳곳에는 사실 유의미한 것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김정은 뒤에 있던 KN-08 단면도에서 KN-08 탄두 모양의 변화가 드러났고, 핵폭탄 같은 물체와 함께 탄두부의 다른 핵심 부품도 나왔습니다.
● 달라진 KN-08 탄두
KN-08은 2012년 4월 열병식과 작년 10월 열병식에서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 단면도의 탄두부는 2012년식 KN-08도 2015년식 KN-08도 아닌 새로운 형태였습니다. 이번 단면도의 탄두부는 2012년식과 비슷해 보이지만 좀 더 두툼해졌습니다. 2015년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 폭탄과 함께 꺼내놓은 것의 정체는?
‘Trigger Electronics’, 핵 폭탄의 폭발을 일으키는 장치로 보입니다. 핵 분열탄은 핵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별도 폭탄이 내부에서 터져야 하고, 핵 융합탄은 별도 폭탄이 터져 핵 분열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핵 융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두 가지 핵폭탄 모두 먼저 강력한 폭발이 있어야 핵의 분열이든 융합이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은색 2층 케이크 모양 물체는 바로 이런 과정을 관장하는 장치로 보입니다. 해외의 한 유력 전문가는 ‘Fuel Cylinder’라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 세상 물정 모르는 경거망동?
통일부 대변인은 어제(11일) 북한의 잇단 핵 위협을 “세상 물정 모르는 경거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이 왜 필요한가를 입증하는 사례”라고도 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경거망동일까요? 세상 물정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의 불장난일까요? 북한 정권에게 핵은 미국을 상대로 드잡이할 수 있는 절대 무기(Absolute Weapon)입니다. 정권이 붕괴되는 순간까지도 틀어쥐고 안 놓을 신주단지 같은 물건입니다.
북한의 요즘 핵 위협은 세상 물정 모르는 경거망동이라기보다는 노림수가 분명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언급해 놓았으니 앞으로 미국과 벌일 진검 협상에서 북한이 휘두를 기선 제압용 카드 같습니다.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이미 확정된 카드에 ‘핵 소형화 완성’이라는 살아 움직이는 베일 뒤 카드…
소형화 카드의 진위를 분석해야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한국군과 미군 정보 파트는 요즘 북한이 공개하는 여러 정보들을 열심히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