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갈라지고 바닷물이 동네를 집어 삼키던 그날이 이제 곧 5년입니다. 나가누마 우메오 씨(65세)는 3명의 가족을 잃었습니다. 80대 노부모와 59살의 처가, 집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혹시 나를 기다리다가, 도망갈 때를 놓친 건가..." 나가누마 씨는 늘 자책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실종입니다.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나가누마 씨는 3.11 대지진 석 달 뒤, 스스로 가족 3명의 사망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합동 장례식도 치렀습니다. 하지만 꿈에서조차 나타나지 않는 가족들을, 도저히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시 운전면허를 따고 기뻐하던 아들 얼굴이..."
산죠 씨(64세) 역시 5년 전 그날 이후 만날 수 없는 셋째 아들(당시, 18세)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자부품 회사에 취직이 확정된 아들이 임시 운전면허를 받고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나가누마 씨와 산죠 씨가 사는 일본 미야기현 이시마키시 쵸멘지구에서만, 2011년 3.11 대지진과 쓰나미로 92명이 숨지고 23명이 실종됐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때로는 바닷속을 뒤지고, 때로는 진흙탕을 뒤지며 5년째 가족의 흔적을 찾고 있습니다.
어제(15일) 산죠 씨를 비롯한 실종자 가족들까지 참가한 수색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지역 소방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일렬로 줄을 맞춰 조심스럽게 진흙 속을 뒤졌습니다. 혹시라도, 단 한 명이라도...하는 소망을 부여잡고.
쵸멘지구의 일부는 3.11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오랫동안 수몰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지난해 7월부터서야 육상 수색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넉 달 뒤인 지난 11월부터는 실종자 가족들도 수색 작업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쯤했으면 이제 놓아주시라..." 일본 사회와 언론 어디에서도, 그런 값싼 위로의 말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완전히 편안해질 때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는 한 수색작업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같은 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 지구에서도 비슷한 수색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유리아게 지구를 지나는 테이잔 운하의 물을 빼고 바닥을 훑었습니다.
지난해 8월, 테이잔 운하에서 자동차 한 대가 수몰돼 있다 발견됐습니다. 5년 전 그날, 쓰나미에 쓸려갔던 자동차였습니다. 차 안에는 실종자 한 명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운하 바닥을 확인해 보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실종자 가족들까지 참가한 수색작업 끝에, 뼛조각 8개가 발견됐습니다.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 확인중입니다. 나토리시의 실종자는 현재 39명입니다.
미야기현 해상보안청이 해상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도 일본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사람들의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식의 불평을 적어도 공개적으로 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불평이든 위로든, 가족 잃고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너무 잔인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다이버들이 바닷속에서 건져 올리려는 것, 또 운하의 물을 비우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찾으려는 것은 어쩌면 실종자 가족들의 '삶에 대한 희망'과 '공동체의 치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