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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성매매 명단에 내 이름 있나?"…씁쓸한 방증

지난달 무려 6만 6천여 명의 신상 정보가 담긴 이른바 성매매 리스트를 SBS가 단독 보도해 드렸습니다. 이후 성매매 조직원의 대포폰과 그 안에 들어있는 몇몇 성 매수 남성들의 사진까지 구체적인 물증으로 나와 경찰 수사로 이어졌는데요, 이달 초 경찰이 돌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병남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보통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사건의 소강 국면에 시행됩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사건을 송치하거나 기소할 때 발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찰은 핵심 용의자 김 모 씨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성매매 리스트에 '경찰' 이라고 적힌 전화번호가 45번이나 등장한 만큼 김 씨를 검거하고 성매매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보다 경찰 연루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경찰은 이 중 35개는 일반인의 번호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10개는 경찰 번호가 맞지만,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10개 중 9개가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관의 업무용 전화거나 경찰 공용 휴대전화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1개만 성매매 단속과 관련이 없는 경찰관의 전화였지만, 해당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찰관은 왜 자신의 번호가 명단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합니다. 주범을 잡고 나서 다시 따져봐야 하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연루된 경찰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겁니다.

그렇지만 단정은 이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조직원들은 '관처리'라는 은어로 불리는 경찰 접대 조직원이 따로 있다고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또 실제 성매매 알선은 5천 건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1년부터 작성된 리스트 중에서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의 기간만 특정해서 들여다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유인즉 김 씨가 앞서 이미 4건의 성매매 알선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진 적이 있어서 어차피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된 행위에 대해서는 다시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성매매 사건을 오래 다룬 한 부장 검사는 이에 대해 배제해야 할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 처벌을 위해 더 면밀히 수사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 기자는 5천 건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경찰이 사건의 규모를 축소시킨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성매매 리스트의 보도 이후 주변에서 내 이름도 있느냐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농담이었다 하더라도 그만큼 우리 사회에 성매매가 만연해있다는 방증이겠죠. 경찰이 책임감을 갖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수사에 나서주길 바랍니다.

▶ [취재파일] 6만 명 성매매 리스트…"내 이름도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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