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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명 갤러리 문닫은 '가짜 추상화' 사건 재판 시작

뉴욕 유명 갤러리 문닫은 '가짜 추상화' 사건 재판 시작
▲ 미국화가 마크 로스코의 1969년작 '무제'

미국 뉴욕의 유서 깊은 갤러리를 폐업시킨 희대의 미술품 사기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으로 25일 추상 표현주의 거장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윌렘 드 쿠닝 등의 작품으로 위조된 그림 30여 점을 판매해 2011년 문을 닫은 크뇌들러 갤러리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 검찰의 2014년 수사에 따르면 이 사건은 뉴욕 퀸스의 한 중국인 화가가 그린 그림이 거장들의 작품으로 둔갑해 이 갤러리를 거쳐 미술품 소장가들에게 총 6천300만 달러(754억 원)에 팔린 사건입니다.

사기·위증 혐의를 받는 화가는 중국으로 출국해 수사망을 피했고, 위작을 진짜 작품으로 속여 갤러리에 중개한 스페인 출신 딜러는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끝나는 듯 했던 사건은 작년 10월 법원이 "갤러리가 가짜 그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기 의도를 가진 정황이 있다"고 판결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관심은 이후 '갤러리 측이 이 딜러에 속은 것이냐, 아니면 위작임을 알고도 고객을 고의로 속인 것이냐'로 넘어갔습니다.

피해자들이 10여 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5건은 합의로 해결됐지만 4건은 법정 싸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날 재판은 그 첫 번째로, 2004년 로스코의 '가짜 작품'인 '무제 1956'에 관한 것입니다.

당시 갤러리의 관장으로 위작을 직접 판매했던 A씨의 진술에 시선이 온통 쏠려 있습니다.

830만 달러(99억 원)를 주고 이 그림을 산 피해자는 "A씨가 위작임을 알았거나, 위작을 나타내는 뚜렷한 흔적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며 A씨와 갤러리 측에 2천500만 달러(299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A씨는 진품이라고 확신했고, 전문가 감정에서도 확인됐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앞서 법원은 A씨가 진품을 확인해주는 감정인들의 평가를 과대 포장해 고객들에게 선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NYT은 예술 관련 소송 전문 변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이 미술품 거래의 '추잡한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보기 드문 대형 미술품 사기사건인 데다 165년 전통의 갤러리에 '먹칠'을 했기 때문입니다.

유명 갤러리의 명성에 기대 은밀하게 미술품을 거래하는 관행이 빚어낸 사건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위작 화가는 한 점에 수 백 달러를 받으며 총 9천 달러 정도를 벌었고, 자신의 그림이 어떻게 팔렸는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재판에는 미국 미술계의 유명 인사들도 다수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더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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