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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고 두렵다"…차별·고용불안에 떠는 기간제 선생님

"서럽고 두렵다"…차별·고용불안에 떠는 기간제 선생님
지방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A씨는 얼마 전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러 교내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담임으로서 당연히 징계 결정내용을 학부모에게 전달했는데 이 학부모가 밤에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해 "기간제 교사 주제에 어디에다 대고 입바른 소리를 하느냐"며 폭언을 한 것입니다.

A 교사는 "명백한 교권 침해로 생각돼 문제 제기를 할까 생각했지만, 괜히 소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볼 것 같아 두려웠다"며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이 큰 기간제 신세라는 게 무척 서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임용고시를 통과해 현재 공립 중학교에서 정규직 교사로 근무하는 B씨는 정교사로 임용되기 전 5년가량을 사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담임교사가 개인 사정으로 잠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임시로 담임을 맡았지만, 학교 측에서는 담임 수당을 B씨에게 주지 않고 원래의 담임교사에게 지급했습니다.

B 교사는 "비정규직이고 재계약을 앞둔 상황이라 항의하지도 못했다"면서 "그 일을 계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임용고시를 준비해 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학교의 한 정규직 교사는 "기간제 여교사들은 출산을 하면 경력이 단절돼 나중에 기간제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질까봐 출산을 망설이더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정규직 여교사들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과 극명히 대비됩니다.

최근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한 일이 알려지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애환'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빗자루 폭행'을 당한 이 교사가 사안을 적극적으로 문제삼지 않은 것도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라는 처지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기간제 교사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임용고시를 통과하는 것이 '바늘구멍'이라지만, 기간제 교사 자리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학교장이나 교감 등과 인맥이 있어야 자리를 얻기 쉽다거나, 과중한 업무를 줘도 하소연할 처지가 못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규직 교사가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담임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간제 담임교사 비율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입니다.

전국 시·도 중에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중학교 담임교사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기간제 교사로 집계됐습니다.

기간제 교사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법은 기간제 교사 대신 정규 교사를 채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 정원을 줄여나가는 분위기에서 정규 교사를 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김민정 비정규직교사협의회 대표는 "기간제 교사를 줄일 수 없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정규 교원과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면서 "그래야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나 정교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학습지도나 생활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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