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바구니에 위안화를 담아라…인민의 화폐가 글로벌 화폐로

[월드리포트] 바구니에 위안화를 담아라…인민의 화폐가 글로벌 화폐로
1989년 중국이란 나라를 태어나서 처음 방문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살벌한 분위기속에 여러 모로 낯설었다. 가장 그랬던 것이 'FEC'라는 화폐였다. 여비로 들고 간 달러를 '런민비(人民幣)'가 아닌 이 'FEC'로 바꾸어야 했다. Foreign Exchange Certificate를 줄인 말이니 외환증서 같은 것이다. 외국인들은 감히 달러를 인민폐 즉 위안화로 바꾸어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불법이었다. 물론 가이드 등을 통해 달러를 인민폐로 바꾸는 암시장은 존재했지만.
 
위안화는 그렇게 위대한 인민의 화폐요, 외부와 절연된 공산주의 국가 중국의 화폐였다.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면서 FEC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세계의 공장으로, 무역 대국으로 변환한 중국 경제를 뒷받침할 화폐는 위안화뿐이었다.
 
위안화는 빠르게 국제무대에서 상석을 차지했다. 독보적 존재인 미국 달러화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화폐임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2015년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 IMF는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된다. 백악관 서쪽으로 청사가 있는데, 이곳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를 IMF 특별인출권 (SDR; Special Drawing Rights)의 '기반 통화'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1969년 SDR 출범 이후 3차례 변화를 겪었지만, 독일 마르크와 프랑스 프랑이 유로화로 통합된 기술적 변화 이후로는 국제정치경제사에 한 획을 긋는 본질적 변화였다.
 
사실 '기반 통화'보다는 '바스켓(basket)'이란 용어를 많이 쓴다. 흔히 쓰는 '기축 통화' 보다는 기술적 표현이다. 직관적으로 바구니를 떠올리는 게 제일 쉽겠다. 달러와 유로, 엔화, 파운드를 함께 넣어둔 바구니에 위안화까지 담기로 한 것이다.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에 이어 5번째다. 그 비중으로는 달러와 유로에 이어 3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달러 41.73%, 유로 30.93%, 위안화 10.92%, 엔화 8.33%, 영국 파운드 8.09% 순이다. 달러 비중은 미세하게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유로화 등은 많이 자리를 내줬다. 국제 무대에서 세력의 전이(transition)를 뼈아프게 체감하고 있을 일본으로서는 또 한 번 배가 아플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현실이 그런 것을. IMF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이미 앞서 위안화의 SDR 편입을 예고한 바 있다. 기술적으로 거래(trade) 규모와 위안화가 국제 거래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freely usable)'는 2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시장에서 이미 위안화가 세계 4위의 결제 통화로 올라선 실상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중심으로 짜인 국제 제도의 불일치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게다. 스스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개발은행 부문에서 AIIB 즉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이라는 딴살림을 차리고 나간 것도 꽤 압력이 됐을 수 있다. 덩치가 커진 중국을 제도 바깥에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게다.
 
미국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는 않았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물론 IMF 최대 지분국 지위를 활용해 몽니를 부릴 수도 있었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차제에 중국을 좀 더 개방으로 유도하고, 국내 제도를 자유화하도록 하는 게 낫겠다는 계산이 섰을 게다. 중국 내 개혁파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복안이다. 라가르드 총재도 집행이사회 뒤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주문했다.
 
경제 전문가나 언론들은 어떻게 보는지 '키워드'로 살펴보자. 상징적(symbolic)이다, 역사적 순간이다.. 위안화를 안전하고(safe) 신뢰할만한 통화로 인정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엘리트 통화다.. 유럽이 기울고(wane) 있음을 다시 한 번 말해준다..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식 표현으로 아직 鳥足之血-새발의 피라는 반응들이 많다. 영어 표현으로는 'a drop in the bucket - 양동이의 물 한 방울’ 격이란다. 위안화가 달러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통용화폐 중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5%가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렇긴 해도 한번 트인 물꼬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은 편익이 굉장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례로 위안화 사용도가 높은 몽골이 IMF 지원을 받을 경우, 일단 SDR에 해당하는 금액을 달러로 받고 이를 다시 위안화로 환전해 써야 하는데 불편하고 거래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위안화로 대출 받아 위안화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MF에 손을 내민 쓰라린 역사가 있고, 경제적으로 중국과 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대한민국으로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차원에서 한반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북한 문제다. 달러화 옥죄기를 통한 대북 제재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일부 언론과 전문가는 전망했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비하고 준비할 때다. 실제 편입은 10달 뒤인 2016년 10월 1일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