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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살인으로 번진 '보복 운전'…그 참극의 전말

[월드리포트] 살인으로 번진 '보복 운전'…그 참극의 전말
미국 뉴멕시코주에 사는 앨런 가르시아는 그의 빨간색 픽업 트럭을 몰고 40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방과 후에 두 자녀를 학교에서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로, 뒷좌석에는 4살난 딸 릴리와 7살된 아들 이삭이 타고 있었습니다.

가르시아는 집에 가던 길에 잠시 식료품점에 들를 생각으로 진출로로 나가려는데 차 한대가 앞에서 가로막는 바람에 제대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짜증이 난 가르시아는 그 차를 추월하면서 “이 멍청한 놈아! (“F***** idiot!)라고 소리질렀습니다. 이 한마디가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될 줄은 그때만해도 꿈에도 몰랐습니다.
 
가르시아로부터 욕을 먹은 차에는 32살 토니 토레즈가 타고 있었습니다. 두 차 간의 신경전은 고속도로에서 3.6킬로미터에 걸쳐 계속됐습니다. 그러던 중 토레즈가 권총을 꺼내 들었습니다. 깜짝 놀란 가르시아가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속도를 높여 달아나는데 뒤에서 두 발의 총성이 들렸습니다. 그 순간 뒷좌석에 타고 있던 아들 이삭이 소리쳤습니다. “아빠! 릴리한테서 피가 나요!”
보복 운전으로 총에 맞아 숨진 4살 릴리
바로 그때, 뒤에서 쫓아오던 그 차가 가르시아의 트럭 조수석 쪽 옆을 지나쳤습니다. 세 번째 총성이 울렸고 가르시아는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그 차는 가르시아의 차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치면서 네 번째 총을 발사하고는 속도를 높이며 사라졌습니다.

가르시아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뒷좌석에서 피를 흘리는 딸 릴리를 살펴봤습니다. 머리에 총을 맞은 릴리는 이미 피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월드리포트] 살인으로 번진 '보복 운전'…그 참극의 전말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다른 차가 정차하더니 트럭으로 달려왔습니다. 간호사 두 명이었습니다. 한 명은 머리를,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잡은 채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가르시아는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습니다.

911 구급대원들과 함께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릴리는 이미 눈동자가 풀려 있었습니다. 4살 어린 소녀 릴리는 그렇게 고속도로 갓길에서 서서히 숨져갔습니다.
릴리의 엄마
토레즈는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가르시아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지만 정작 토레즈 차 번호판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데 어떻게 토레즈는 체포됐을까요? 토레즈는 현장에서 벗어난 뒤 지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놨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빨간 픽업 트럭이 자신을 갓길로 밀어 부쳐 전복될 뻔 했다면서 총을 쐈다고 말한 겁니다. 이 지인은 곧바로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레즈의 면허증 주소가 실제 주소와 다르다면서 실제 주소까지 알려줬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토레즈는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보복 운전 도중 총을 발사한 토레즈
토레즈의 혐의는 살인죄, 치명적 무기를 이용한 공격적 행위, 남을 해할 목적으로 저지른 공격, 차에서 차로 권총 발사, 아동 학대, 아동 살인, 증거 인멸 등 무려 6가지나 됩니다. 보석금 65만 달러, 그러니까 7억 원 이상을 그것도 현금으로 내야만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토레즈는 변호사 선임조차 못해 국선 변호인의 변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끔찍하고 황당한 보복운전은 미국에서 흔한 일입니다. 기자도 지난 여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샌디에이고에 다녀오던 길이었는데, 칠이 다 벗겨진 승용차가 기자의 차를 뒤쫓으며 빨리 가라고 헤드라이트를 번쩍댔습니다. 더 속도를 내면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지라 옆으로 비켜줬지만 그 차는 계속 기자의 차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위협해댔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초 보복 운전을 기사로 다룬 경험이 있었던 지라 기자는 아예 고속도로 진출로로 나가 그 상황을 피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자 차에 가족들이 타고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미국의 실정을 잘 몰랐더라면 아마도 욱하는 마음에 그 차와 신경전을 벌였을 터이고 그랬다가 기자 역시 비명횡사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월드리포트] 살인으로 번진 '보복 운전'…그 참극의 전말
토레즈와 3킬로미터 넘게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딸까지 잃게 된 가르시아는 당시의 상황을 깊이 후회하면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와 같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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