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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극과 극'의 시민들…쪽방촌·노숙인과 고급호텔

사망자까지 여러 명 낳은 올여름 불볕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극심합니다.

쪽방촌 주민이나 노숙인 등은 주거공간이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탓에 밤낮없이 더위와 전쟁을 벌이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입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뜨거운 집 안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밤늦게까지 인근 강이나 산에서 전전하기도 합니다.

부유층 시민은 고성능 에어컨이 작동되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기에 불볕더위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최신 시설을 갖춘 유명 호텔은 하룻밤 이용료가 60만 원 수준인데도 북새통을 이룹니다.

◇ "방바닥이 불바닥" 쪽방촌 주민의 필사적인 더위 나기

"주말부터 더위가 누그러진대요? 못 믿어요. 아침에 눈을 떠 봐야 더운지 안 더운지 알죠."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리는 등 더위가 막바지 맹위를 떨친 오늘(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쪽방촌 주민 최 모(53·여)씨는 주말 이후 불볕더위가 누그러진다는 기상청 예보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이면 집 밖으로 나온다는 최 씨는 "집안에 있으면 방바닥이 말 그대로 '불바닥'이라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서는 도저히 집 안에 있기 어렵다. 올여름이 유독 더운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공원에는 그늘마다 더위를 피하러 온 이 일대 쪽방촌 주민 3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남성들은 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연방 부채질을 해댔지만 셔츠는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상태입니다.

쪽방촌에 들어온 지 2년째라는 김 모(76)씨는 "방에 창문도 없고 집안에 도저히 있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부분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고, 샤워는 근처에 있는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해결한다"고 전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 방범대장 김정길(69)씨는 이 동네의 최근 풍속도를 털어놨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해가 뜨면 문을 잠그고 한강이나 남산 등으로 나갔다가 무료급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새벽 2∼3시께나 돼야 돌아오곤 한다"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그나마 거동이 온전해야 가능합니다.

6.6㎡(2평) 남짓한 방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앉아 TV를 보며 소일하고 있습니다.

냉방기구라고는 선풍기 한 대였지만 방 안에서는 더운 공기만 빙빙 돌 뿐입니다.

길바닥을 침상으로 삼는 노숙인들에게도 더위는 큰 문제입니다.

서울역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노숙인들이 서울시희망지원센터나 지하로의 무더위 쉼터 등에서 쉬지만, 그곳에 다 들어갈 수는 없어 밖에서 머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출소 앞 희망지원센터 부스 안에는 노숙인 30여 명이 앉거나 누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스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노숙인들은 지하철 서울역사 내부 등 더위를 피할 그늘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서울역 노숙인 김 모(56)씨는 "여름에는 무더위쉼터나 교회 등에 설치된 정수기 물이 금방 동 나버려 물 마시기도 어렵다"며 "노숙인이 많이 머무는 인근 빌딩 앞이나 서울역 광장도 요즘 물을 뿌리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 고급 호텔 '피서상품' 인기…1박에 60만 원 넘기도

쪽방촌 주민이나 노숙인들의 생활공간과 완전히 대조적인 고급 호텔들은 여름을 맞아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놔 고객을 끌고 있습니다.

하룻밤 숙박료가 수십만 원에 이르지만 예약 문의가 쇄도합니다.

서울시내 한 고급 호텔이 폭염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한 패키지 상품은 부가가치세와 봉사료를 빼고도 1박에 35만∼50만 원의 고가입니다.

그럼에도, 7월 말 출시하자 예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품을 이용하는 투숙객은 피트니스클럽과 수영장을 무료 이용하고, 인근 미술관으로 나들이해 전시를 관람하는 등 도심에서 여유로운 휴양을 즐깁니다.

서울시내 다른 대형 호텔의 여름 패키지도 1박에 최소 42만5천 원으로 고가이지만 폭염이 다가오면서 예약 문의가 예년보다 5∼10% 늘었습니다.

실제로 주요 호텔의 각종 편의시설에는 손님들로 밤 늦게까지 북적입니다.

호텔 관계자는 "예년에는 몇 주 전이나 한두 달 전 예약하는 일이 많았지만 올해는 폭염 영향인지 '오늘 투숙할 방이 있나', '내일 예약되나' 등 당일치기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대표적 휴양지인 제주지역 호텔도 폭염 특수를 누립니다.

제주의 한 유명 호텔은 1박에 60만 원이 넘을 만큼 숙박료가 비싸지만 예약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났습니다.

호텔 관계자는 "예약 증가가 폭염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최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수영장이 있는 호텔의 예약률이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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