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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몰리는 가계…재무건전성 최악

빚더미에 몰리는 가계…재무건전성 최악
가계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가계가 1년간 번 돈으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비율은 지난 9월말 현재 역대 최고인 137%로 치솟았습니다.

지난 8월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이후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빚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득은 좀처럼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완화적인 거시 정책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가계부채의 증가에 대응할 미시적인 보완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을 내년 업무계획에 담기로 한 배경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잠정)은 137%로, 올해 들어 2%포인트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연말 기준) 128%에서 2011년 131%, 2012년 133%, 2013년 135%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행진을 지속해왔습니다.

이 지표는 가계부채의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통계인 가계신용과 국민계정의 개인 가처분 소득(순처분가능소득·NDI 기준)을 비교한 것으로, 가계가 1년간 가용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사, 연기금, 대부사업자 등 금융사의 대출과 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포괄한 통계로, 분기말 단위로 집계됩니다.

지난 9월말 현재 가계신용은 1천60조 원으로 1년 전보다 6.7%나 늘었습니다.

증가율은 2012년 3월 5.1%에서 올해 3월 6.4%까지 높아졌다가 6월말 6.0%로 둔화했으나 3분기부터 다시 가팔라졌습니다.

자금순환표상 개인 부문의 금융부채를 기준으로 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기준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가계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와 비영리단체를 포함하지만 국제적인 통계 비교 때는 이를 주로 사용합니다.

최근 김기준 의원실의 추산에 따르면 이 비율은 작년말 160.7%에서 올해 9월말 164.1%로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비율을 핵심 관리지표로 삼아 2017년까지 5%포인트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진 가장 큰 이유로는 저금리 환경에서 지난 8월초 시행된 LTV, DTI 등 부동산 금융규제의 완화가 꼽힙니다.

규제 완화의 내용은 은행과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이 적용되는 금융업권·지역별 LTV, DTI 차등을 완화한 것으로, 고금리인 2금융권 대출자들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탐으로써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습니다.

실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9월말 350조 원으로 1년 전보다 8.7%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 시장이 비교적 호황이던 2007년 6월(9.4%)이후 7년3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정부가 애초 의도한 바입니다.

대출자들이 고금리 2금융권에서 저금리 은행 대출로 갈아타면 그만큼 이자부담도 덜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늘어난 대출에 비해 소위 갈아타는 '전환' 대출자의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금융연구원과 KCB연구원이 작년 9월 이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88만 명의 차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런 전환 대출의 비중은 규제완화 후(8∼10월) 11%로 규제완화 전의 12%보다 낮았습니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로 돈을 빌렸다가 이번 규제완화에 힘입어 돈을 더 빌린 '추가 대출'의 비중만 37%에서 42%로 상승했습니다.

장 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규제완화 이후 이뤄진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상당 부분이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 대출자 중 다중채무자 비율은 규제완화 전 15%선에서 20%안팎으로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2금융권에서는 비교적 우량한 고객들이 은행으로 빠져나가면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실제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지난 9월 126조 원으로 1년 전보다 12.1%나 늘었다.

2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장 위원은 "2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신용대출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인다"면서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잠재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출자들이 사금융→2금융권→은행으로 한단계씩 상향이동하면서 금융사의 대출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미시적인 보완책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계가구 문제는 통화당국의 영역이 아니다", "미시적인 건전성 감독 정책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등 미시 감독대책을 촉구하는 듯한 목소리를 여러 차례 냈습니다.

전문가들도 철저한 신용평가 등 은행의 대출 심사 강화를 통해 저신용 가계에까지 빚을 떠안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완화로 한도가 늘더라도 은행 대출 창구에서 엄격하게 심사가 이뤄지도록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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