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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태아 살인'…5년의 공백이 부른 비극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입력 : 2024.08.12 20:51|수정 : 2024.08.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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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는 임신 기간에 따라 임신 중단이 죄가 될 수도 있다며 그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사회적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엄마 자궁에 거꾸로 앉은 아기가 제왕절개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아기는 임신 10주가 되면 제법 사람 모습입니다.

[조금준/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 11주가 되면 아기 머리, 그다음에 팔·배·다리가 완성돼서,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태아의 모습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임신 중단 허용 기간도 태아의 발달 상황과 관련 있는데, 프랑스 12주, 스페인 14주, 뉴질랜드 20주로 나라마다 다릅니다.

2019년 우리 헌법재판소는 임신 중단이 죄가 되는 건 임신주수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임신 22주 이내에서 적절하게 사회적으로 합의할 것을 결정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관련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임신 중단 시기를 '임신 24주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임신 10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19년 임신 34주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물속에 잠겨 질식사했습니다.

임신부가 병원에 간 이유가 출산이 아니라 임신 중단이었기 때문인데, 의사에게는 낙태죄가 아닌 살인죄만 적용돼, 의료진만 처벌받았습니다.

임신 중절 수술은 음성적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고, 학계는 그 숫자가 해마다 2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홍순철/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 (임신중절 수술은) 통계도 없는 상황인데, 1년에 약 23만 건의 분만이 있으면, 그 정도 이상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죠.]

여성들의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음성적인 수술을 택해야 하는 여성의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최재영·임찬혁·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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