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 IB) 수업에 직접 가보니 2)
박광수 / 대구 영선초등학교 교사
"전에는 제가 알고 있던 걸, 제가 생각하고 있던 걸 애들한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죠. 근데 지금 수업할 때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거든요, 필요한 안내만 하고. 수업 시간에 애들이 계속 자기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수업 주도권이 교사에게 있다가 학생에게 간다는 게 저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몰랐거든요. 계속 저는 교사 중심으로 계속 제가 말을 하고, 제가 준비한 내용을 애들한테 어떻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내가 뭔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애들이 내가 이야기한 것, 자기들이 탐구한 것들을 스스로 어떻게 이해할까, 스스로 이해한 걸 어떻게 말할까, 거기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박광수 / 대구 영선초등학교 교사
"IB 수업을 하면 그 내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실이나 개념을 보는 눈, 렌즈 개념으로 애들에게 이해하도록 가르치거든요. 그 개념으로 사실을 이해를 하면 얘들이 집에 가서든 나중에 성장해서 어른이 돼서든 자기들이 보는 사실이나 주제, 주변 상황들을 자기들이 이해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더 활용력이나 적용력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이 더 힘들어진 거 아닌가요?) 아, 힘듭니다. 힘들다는 이야기 하면 안 되는데, 많이 힘듭니다. 정말 힘듭니다. 왜 힘드냐면 전에는 가르쳐야할 내용이 정해져 있으니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이걸 많이 고민을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내용에서 애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용, 방법, 나중에 적용까지 다 생각을 해야 되니, 더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많이 고민이에요."
김연진 / 대구 포산중학교 교사
"이 수업이 한 달 정도가 걸리는 수업이거든요.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어요. 처음 부분에서 아이들이 개념어, 이 낯선 단어들에 대해서 본인들이 직접 생활을 적용해서 연계를 시켜보고, '이 개념이 뭐지' 라는 것들을 관계도 맺어보고, 집중도 해보는 단계를 거쳤어요. 중간 부분에선 보통 학교에서 흔히 하는 '시의 주제가 뭘까' '표현법이 뭘까'라는 것들을 모두 다 거쳐갑니다. 다만 그 사실들을 학습한 걸 가지고 일반 학교에서 하지 않는 '결론맺기'를 하는 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분절적으로 작품을 보고나서 주제는 뭐다, 시 따로, 소설 따로이거든요. 그래서 국가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은 '말하는 이의 관점을 수용해서 작품을 판단하고 감상한다'는 건데, 그거를 연계시키지 못해요. 사실 20년 동안 수업을 하면서 (예전엔) 저도 그렇게 안 했었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결론짓는 오늘의 과정이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아이들이 귀납적으로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이고, 이 결론을 가지고 내가 배운 소설 '동백꽃'이, 혹은 내가 배운 '귀뚜라미' 시가, 앞으로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세상 밖에 나갔을 때 항상 말하는 이의 관점을 세우라는 원리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단계가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의미 있고 짜릿한 수업의 한 파트라고 생각해요."
김연진 / 대구 포산중학교 교사
"전체 수업을 모두 이렇게 열린 탐구로 가져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그게 반드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희가 열린 탐구를 할 때는 반드시 아이들에게 기반을 깔아줘야 됩니다. 근데 그 기반 없이 무조건 열린 탐구를 한다는 건 내 생각만 말하고 내 감상을 얘기하는 건 수업이 아니에요. 그래서 열린 탐구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밑작업을 정말 많이 해야 됩니다. 보통 IB에 대한 오해는, 그런 밑작업이 없다고 생각하시죠. 그렇게 되면 수업이 불가능합니다.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돌아가는 길이 더 효과적인가요?) 물론입니다. 왜냐면 직진해서 결론이 보일 때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아요. 그 결론이 바로 주어지면 내 것이 아니거든요. 근데 돌아 돌아가는 그 길을 통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간단 말이죠. 내가 가는 길이에요. 내가 가는 길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을 저기까지 스스로 가봤어'가 중요한 거예요. 아까 마지막에 대답했던 친구 있잖아요. 번쩍 손 들고 '그 시점을 여기 넣으세요' 했던 친구요. 일반적인 전통식 수업을 할 때는 굉장히 오래 앉아 있기 좀 힘들어하는 친구예요. 그런데, 이 친구가 굉장히 관찰력이 있어요, 예리해요. 그래서 본인이 '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라고 번쩍 손을 들잖아요. 이런 부분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보람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웠어요. 특별히 예쁜 자세를 보여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걸 해내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김연진 / 대구 포산중학교 교사
"애들이 써놓은 결과물만을 보시면 '중학교 2학년이 이렇게 긴 글을 쓴다고?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애들이 이거 못하지' 라고 생각하세요. 중간 단계를 못 보셨기 때문에 그래요. 이런 평가를 가져가기까지 평가를 배우게 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형성평가' 단계가 있어요. 형성평가는 보통 수업하고 나면 끝날 때 '애들아 이거 답 뭐지 1, 2, 3 중에 골라봐' 해서 한두 문제 주는 게 형성평가였던 적이 있었죠. 근데, 우리 형성평가는 총괄평가에 나오는 문항 패턴을 연습시키는 거예요. 오늘 보셨던 이 진술문을 가지고 아이들이 배운 작품을 가지고 근거를 찾게 하는 과정을 훈련시켜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기회를 가집니다. 이 기회를 가지고 제가 '이런 부분을 이런 방향으로 수정해봐야 되지 않겠니?' 라는 피드백을 줍니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받고 거기서 한 단계로 올라가는 거예요. 아이들이 혼자 외롭게 두지 않아요. 저희가 함께 가기 때문에, (다른) 학생만 함께 가는 게 아니라 저희도 아이들과 함께 갑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저는 한 번 맛본 사람이라서 이걸 놓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힘은 들지만, 그게 너무 보람이 있고 즐거운 거죠.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박주연 / 대구 영선초등학교 6학년
"영어 학원은 가는데 수학 학원은 안 가요. (수학도 탐구하는 형태로 배워서 그런가요?) 수학도 혼자서 푸는 게 아니라 모든 친구들이랑 대화해가면서 내가 부족한 거나 모르는 거를 공유하고 알려주면서 하면 내가 조금 더 얻는 게 많고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진 않나요?) 제가 모르는 게 있더라도 모든 친구들이나 저희 반 친구들한테 서로 자기가 얻은 것을 공유해가면서 하면 내가 한 것보다 1.5배 정도는 더 많이 얻게 되니까 뭔가 그 친구들끼리 서로 공유해가면서 (공부)해서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유지수 / 대구 포산중학교 2학년
"시험을 보면 원래 객관식이 대부분인데 (첫 번째) 수행평가를 칠 때 객관식 말고 서술형밖에 없었거든요. 그 부분에서 좀 어려움을 좀 느꼈어요. (두 번째 수행평가부터는 괜찮았나요?) 처음 했던 것보다 좀 더 익숙해지고 거기에 대해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성장해 나간 것 같아요. "
이예은 / 대구 포산중학교 2학년
"(IB 수업이)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는데 계속 하다 보니까 점점 더 발전하고, 지금은 괜찮아요. (학원은 다니나요?) 수학이랑 영어 학원 다녀요.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드나요?) 처음에는 이게 필요한가 생각을 했는데 지금 계속 해보니까 더 어휘력도 늘고 더 좋아져서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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