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화장지), 빵, SOS, 물"
연쇄 지진이 강타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피난소로 사용되고 있는 한 고등학교 운동장 100개가 넘는 의자가 이런 문자 모양으로 배치됐습니다.
헬기를 이용해 취재하는 언론사나 구조대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이들 메시지는 지진 발생 닷새째를 맞는 구마모토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피난 생활을 하는 주민은 심각한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주먹밥을 받으려고 2시간 가량 기다렸는데 중간에 다 떨어져 수십 명이 받지 못하거나 네 사람이 죽 한 그릇을 나눠 먹어야 하는 등의 궁핍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각 지자체나 주요 기관, 대규모 건물 등에서 재난 상황에 대비해 비상 물자를 비축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번에 시차를 두고 발생한 강진으로 피난민이 급격히 늘면서 생필품 부족이 심각해졌습니다.
당국은 물자 확보에 애를 쓰고 있지만 철도와 주요 도로가 차단돼 수송이 원활하지 못하고, 음식을 준비해 피난소를 찾아가는 자원봉사자도 적지 않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약 3천 명이 생활하는 구마모토현 니시하라무라 피난소에는 100명분의 비스킷과 물 1일분밖에 남지 않았고, 인근 편의점에도 식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도시락이나 빵, 음료수 등은 동났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구호물품이나 자금이 모이고는 있지만 행정이 혼란 상태에 빠졌고 인력이 부족해 각지로 분배·공급하는 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습니다.
피난 생활이 길어지면서 주민이 겪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도 커져, 17일에는 아소시의 피난소 화장실에서 한 여성(77)이 쓰러져 급성심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재해 이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병사나 자살 등을 칭하는 '지진 관련사'(死)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후 지진 관련사 판정을 받은 이들은 약 3천400명(2015년 9월말 기준)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피난소를 꺼리는 많은 구마모토 주민은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차에서 잠을 자며 피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은 장시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항공기 일반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한 경우 혈액 응고로 사망하기도 하는 이른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고령자나 장애인, 임신부 등이 힘들어하고 있으며 특히 아기를 데리고 있는 이들은 위생 관리나 기저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구마모토 시내 피난소에서는 주민 2명의 검체에서 노로바이러스도 검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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