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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6만 명 성매매 리스트 사건,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강남 성매매 조직이 영업용으로 만들어서 관리해 온 성 매수 남성들의 신상이 담긴 파일인데요. 파일의 존재가 SBS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고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갑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시민사회부 전병남 기자 나왔습니다. 전 기자 안녕하세요.
▶ SBS 전병남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우선 6만 명 성매매 리스트가 무엇인지부터 좀 설명해주시죠?
▶ SBS 전병남 기자:
네, 6만 명 성매매 리스트는 액셀 형태의 컴퓨터 파일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6만6385명의 성매수 남성들의 채팅 ID, 차량, 직업, 연락처, 신체 특징, 성매매 여성들의 가명, 성매매 성사 여부 등이 기록돼 있습니다. '병원장' '증권사 직원' '기러기 아빠'이런 식인데요. 일부 남성들의 경우 더 자세한 신상이 적혀있기도 했습니다. 조건만남 과정에서 노출된 전화번호를 성매매 조직이 SNS에 올려 정보를 빼낸 건데, 이런 식으로 2011년부터 차곡차곡 정리된 것이 6만 명 성매매 리스트의 실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6만 명이라면 쉽게 상상이 안 가는데, 누가 왜 만든 겁니까.
▶ SBS 전병남 기자:
네, 이 리스트는 조건만남 성매매 업계의 거물로 불린 37살 김 모씨가 만들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 달 SBS의 보도로 성매매 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나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잠적했습니다. 김 씨가 리스트를 만든 이유는 고객관리 때문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예를 들어드리면요. 리스트를 보면 군데군데 ‘블랙’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블랙리스트의 약어입니다. 남성이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거나 성매매 여성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의 행동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식입니다. 이후 이 남성의 전화는 걸러지게 되는 거죠. 이밖에도 '신규' '기존' 등으로 고객을 분류해 놓기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엔 이 리스트가 얼마나 사실에 근거해 만들어 진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번호가 적힌 남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물증도 나왔다면서요?
▶ SBS 전병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조직원이 사용한 대포폰인데요. 저희가 직접 취재 과정에서 대포폰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포폰엔 "남성을 만나 성매매를 끝냈다" "성관계 후 돈을 받았다" "돈을 조직 윗선에 상납했다" 같은 문자가 담겨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과 조직원, 그리고 조직원들끼리 주고받은 대화인거죠. 성매매 여성, 조직원, 성매수 남성들의 전화번호도 다량으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남성들의 번호는 성매매 리스트에 적힌 번호와 일치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일부 남성들의 경우 성매매를 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면서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인증 샷으로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충격적인데요, 리스트에 '경찰'이란 단어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면서요.
▶ SBS 전병남 기자:
네, 40여 차례 등장합니다. 형태도 다양한데, '경찰' '확인된 경찰' '누구누구 손님 경찰' 이런 식으로 적혀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경찰이 이 리스트를 수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리스트에 '경찰'이란 단어가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경찰 입장에선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가 불가피했을 겁니다. 실제로 이번 수사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맡았는데 경찰 내부에선 “‘경찰’이란 단어가 안 나왔다면 지능범죄수사대가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 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물론 리스트에 ‘경찰’이라고 쓴 건 성매매를 했다기보다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썼을 개연성이 더 큽니다. 실제 유착이 있어도 리스트에 '경찰'이라고 쓰는 식으로 표시하지는 않았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겠군요. 지금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고 해요. 수사 진행상황도 좀 살펴보죠.
▶ SBS 전병남 기자:
네, 경찰은 지난 3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직까지 총책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진 못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경찰이 연루됐는지 여부였는데요. 경찰은 리스트에 경찰이란 단어가 45번 등장해 해당 전화번호를 일일이 확인했지만 성매매를 한 경찰관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45개의 번호 중에 35개는 일반인의 번호로 확인이 됐고요. 나머지 10개는 실제 경찰 번호가 맞지만, 수사에 사용됐거나 경찰 공용전화로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한 개의 전화번호가 성매매 단속과 관련이 없는 경찰관의 것으로 확인이 됐는데, 이 경찰관은 "왜 내 번호가 명단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합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수사팀에서도 더 이상 추궁을 하지 못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 총책인 김 모 씨를 잡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수사가 진행되긴 어려운 상황이겠군요.
▶ SBS 전병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건의 특성 상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수사가 뻗어나가기 어렵습니다. 김 씨는 현재 국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출국 기록이 없고, 밀항을 할 만큼의 돈도 없어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특히 일찌감치 "연루 경찰은 없다"며 경찰이 선을 그었지만 이 부분도 김 씨가 잡히면 재수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저희 취재진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부 조직원들은 ‘관처리’라는 은어로 불리는 경찰 접대 조직원이 따로 있다고 털어놨는데요. 김 씨가 잡히면 반드시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경찰이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일부 관계자들에 대해선 체포영장도 발부받은 만큼 빠르면 이번 달 안에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리스트에 기록된 성매수 남성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 SBS 전병남 기자:
성매매 특별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성매수 남성들도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리스트에 적힌 대상자들은 특히 실제 성매매를 시도했거나 성공했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입증은 별개의 문제죠. 경찰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성매수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는 성매매 리스트와 장부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신원이 적혀있는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텐데요. 경찰 관계자도 성매매 의심이 가는 남성들의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소환해서 조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2011년에 있었던 '국회 앞 안마방 전표 사건'을 보면 당시 300여명의 성매수 남성들이 처벌됐습니다. 이때 근거가 된 것이 안마방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매출전표 3천6백여 장이었는데요. 이번엔 앞서 말씀드린 조직원의 대포 폰 같은 물증과 성매매 여성들의 진술이 추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리스트에 전화번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매수자로 낙인찍는 일은 없어야겠죠.
▷ 한수진/사회자: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부 전병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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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