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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부남 됐다?"…결혼 앞두고 '날벼락'

김정우 기자

입력 : 2016.01.08 09:44|수정 : 2016.01.08 10:00


● 결혼 앞두고 구청 갔다가 '날벼락'

"이미 혼인신고가 돼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구청을 방문했던 박 모 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기록을 살펴보니 박 씨가 서류상으로 유부남이 된 것은 1년이 넘은 상황. 예비 신부는 당연히 ‘펄쩍’ 뛰었고, 두 사람은 파혼에 이르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유부남이 된 한 남자의 기구한 사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장난삼아 했던 '혼인 서약'

아내로 이름이 오른 사람은 지난 2012년 4개월 동안 만났던 옛 여자친구인 정모 씨. 기억을 더듬어 나가던 박 씨는 무릎을 쳤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치기어린 장난에서 시작됐습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겠다며 정 씨가 내민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혼인신고서를 서랍 속에 고이 간직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정 씨는 시청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스무 살의 나이로 이런 결정이 어떤 법적 효력을 가지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물론 박 씨는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오히려 신고서를 써 주면서 정 씨에게 제출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던 두 사람은 극적으로(?) 부부관계가 됐습니다.

● 협의 이혼 vs 혼인 무효 소송

당연히 두 사람은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혼인 관계를 끝내기로 했습니다. 더구나 정 씨는 결혼할 남자가 있었고 이미 임신을 한 상태였습니다. 혼인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박 씨는 순식간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처지였습니다.

결국 박 씨는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합니다. 쉽게 말해 혼인과 관련된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리려고 한 것인데요. 1심 재판부에 이어 2심 재판부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혼인이 합의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우리나라는 혼인신고를 함으로 해서 혼인이 성립하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작용했습니다. 법원에서 혼인 무효가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박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두 사람이 혼인 관계를 이어갈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협의 이혼’을 하게 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혼인과 이혼 전력이 서류상에 남겨 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법적으로 악용 될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예를 들어, 정 씨의 미래의 남편이 과거 이혼전력을 문제 삼아 소송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 신분증?도장만 있으면 혼자서도 신고가 가능해

혼인 무효 소송은 서울가정법원에서만 매년 300건 가량 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혼인신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자가 될 사람의 신분증과 도장만 있으면 혼자서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은 혼인신고 때 신랑, 신부가 각각 최소 한 사람씩 모두 2명의 증인을 세우게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증인이 직접 나오지 않아도 신고서에 자필 서명만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제도적 허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혼인신고'에 대한 진지한 마음가짐 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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